UPDATED. 2024-04-26 20:30 (금)
새로운 연구분야의 희로애락
새로운 연구분야의 희로애락
  • 강승록 전북대 박사·생체역학
  • 승인 2017.04.03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강승록 전북대 박사·생체역학

나의 연구분야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운동기기와 운동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대학원 과정 때 학회에서 나의 연구 주제와 학과를 소개하면 항상 관심을 받았다. 내가 헬스케어 분야를 연구하면서 처음으로 기쁨을 얻는 순간이었다. 나는 공학을 연구하는 공학도지만 기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공학도도 아니고 또한 인체를 연구하지만 의학이나 체육학도 아니다. 내가 연구하는 헬스케어 공학 분야는 융합분야로 공학기술을 기반으로 의학과 체육학을 연구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기도 하지만 정통이 없는 위치로 양날의 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내 전공을 말하면 신기해 할 뿐, 나를 그 영역으로 반기거나 받아주지는 않았다. 석사과정 때 처음으로 스포츠 관련 학회를 나가게 돼 내 연구 분야에 자신감을 가지고 발표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발표자에게 하는 질의사항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나가서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왜 공대생이 스포츠를 연구하세요?”였다. 너무나 큰 충격과 당혹감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청중들은 나에게 내 연구가 아닌 나의 존재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했다. 그 때 내 연구분야에 대해 처음으로 분노를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다가서면 안되는 영역에 침범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 동안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연구하는 분야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내가 넘으면 안 되는 영역을 넘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었다. 하지만 나는 주저앉지 않고 오히려 독기를 가지고 더 열심히 내 분야를 알리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용기보다는 독기가 더 컸었다. 그와 동시에 근력운동에서 승마운동, 진동운동까지 범위를 더 넓혀나갔다.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다른 분야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나는 특정 분야 깊은 내공이 부족할 수 있지만 반면에 자기 분야에 갇혀 스스로 찾지 못한 어떤 의문점을 품을 수 있는 내공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미쳐 못했다. 이게 바로 융합연구의 참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나온 대학원 과정과 연구자 인생을 되돌아볼 때 헬스케어란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분야에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도전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경험했고 다른 우수한 연구자도 경험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때론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이는 폭풍우가 다가와 잠시 피했다가 햇살이 좋을 때 다시 달려갈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마치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준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모든 연구자에게 새로운 연구에 대한 희노애락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에 부끄럽지만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감히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99%의 가능성보다 1%의 불가능성이 더 무섭다’. 즉, 99%면 거의 절대적이라고 표현하지만 1%가 99%를 이기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연구의 정직함이 있다면 그 1%가 돼 남들과 다른 새로운 창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승록 전북대 박사·생체역학

전북대에서 생체역학으로 박사를 했다. 다양한 운동기기에 대한 인체영향평가와 신체 좌우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공학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