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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교육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교육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7.03.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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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지난 몇 달 동안 촛불시위, 국회의 탄핵결의, 특검, 태극기 시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어졌다. 그동안 주말마다의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은 우리 사회의 분열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하여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다수의 국민들은 침묵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문제는 이제 탄핵심판 선고 이후의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다. 국민 모두가 오랫동안 마음을 써온 탄핵정국이 지나가는데 대한민국과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대로 이 수준에 머물까? 정치가 겸손하게 발전할까? 국민 의식이 건강하게 높아질까? 이제는 차분하게 정치권, 국민 모두 관용과 통합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새롭게 그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관용적이기 어렵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예측하기 어려워진 외교·국방의 측면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모두가 ‘개별화된 국민’으로만 살아왔고, 또한 국가라는 틀에서 대개 수직적 관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리고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 때문에 소통과 배려에 기본이 되는 수평적 관계는 더욱 부담스러워 한다. ‘보편적 의미의 시민은 타인에의 배려를 내면화한 존재, 공익에의 긴장감을 실현하는 존재다’라고 하는데, 우리 한국 사회는 ‘더불어 사는 시민’이라는 개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더 나은 사회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먼저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격차 등의 문제들을 정책과 제도로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 배려 등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 제도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과제들은 교육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성과 태도는 어려서부터 체험을 통해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간 ‘차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이 됨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후에 그 국가의 품격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개인의 성장이나 인력 충원의 차원에서 이뤄졌지, 우리 사회를 공동체로서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일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앞으로 교육에 대한 이슈는 제도·시스템보다는 먼저 사람, 그리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정원, 등록금, 구조조정을 논하기 앞서, 한 학생의 마음을 읽어주고 품성을 바르게 형성해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 정직과 투명 등의 가치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교수들이 먼저 나서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학생들은 ‘스승’의 발자취를 그대로 보고 따르며, 대를 이어간다.

‘물질주의를 놓아야 성장할 수 있다!’는 역설이 있다. 성장, 복지라는 물질적 요소에 앞서,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참여’, 인권과 환경을 중시하는 ‘합리적 사고와 가치관’을 가질 때 진정한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차분하게 품격 있고 수준 높은 사회를 만들 때,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힘이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동경’, ‘지식의 탐구’, ‘인류의 수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동정’, 이 세 가지를 위해 열정을 다해 위대한 삶을 살았던 버드런트 러셀 경의 모습은, 이 시대에도 우리에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추구해야할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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