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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트라우마’ 통합적 접근해야
‘집단트라우마’ 통합적 접근해야
  • 오혜영 이화여대·학생상담센터
  • 승인 2016.09.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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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을 ‘다함께’ 극복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에 게재된 「재난에서의 집단 트라우마와 지역공동체 탄력성」(2016.8) 중 일부를 발췌·요약한 것입니다.

UN의 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벨기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2010)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에서의 재난 건수가 매우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분석결과,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일어난 재난 건수가 1900년에서 1910년 동안 일어난 재난의 무려 84배나 증가했다.

CRED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자연재해로 사망한 인구는 29만7천명에 달했고, 같은 해 자연재해로 발생한 재산피해는 총 1천90억 달러(약 1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현대에 들어 재난이 급증하고 규모가 대형화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산업화에 따른 무분별하고 무리한 개발, 지구 온난화, 종교와 정치적 문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정지범, 이재열, 2009).

우리나라도 역시 재난의 공포에서 예외가 아니다. 구제역과 같은 자연 재난이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이외에도 지정학적, 군사적 위치로 인한 다양한 재난 위기를 안고 있다. 재난의 발생 원인을 차단하거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등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아무리 재난을 잘 예측하고 발생가능성을 낮춘다고 해도 재난은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통제의 한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야기시킨다. 결국 현대시대에는 불확실한 재난과 위기를 얼마나 대비 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일단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얼마나 신속하고 기능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적 아젠다가 됐다.

2015년 5월까지 국내외 학술 연구 데이터 베이스에 소개된 재난 트라우마와 지역공동체 탄력성을 다룬 논문들을 분석했다. 재난 트라우마는 개인 트라우마와 달리 지역공동체 안에서 천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상처들이 곪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집단 공동체의 합의된 규범이나 이해가 없을 때, 사회적 무질서나 통제 불능에 대한 엘리트 패닉과 같은 혼란이 발생할 때 지역의 갈등과 긴장을 통해 집단 트라우마로 발전한다.

집단 트라우마는 재난으로 인한 지역의 물리적 피해에 대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피해 집합 이상이며 피해자와 외부 원조자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분열로 야기되는 지역공동체의 문화 경제적, 심리 사회적 피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 할 수 있다.

집단 트라우마를 다루기 위해서는 재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집단 트라우마 현상들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이를 다룰 수 있는 집단 환경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의 고통을 공유하고 긴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집단의 이슈를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다루어가는 것과 책임 있는 성찰과 반성, 애도를 거쳐 집단 밑바닥에 깔린 공동체적 이야기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 발생 이후 집단 트라우마는 개인 트라우마보다 천천히 나타나지만, 그 파급효과는 지역공동체 연대를 파괴하고 균열을 일으키며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재난을 다룸에 있어서 개인 트라우마 치료 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집단 트라우마 현상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개입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재난 현장 접근과 회복의 과정을 보다 거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는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중요한 터전이자 심리적 기반으로 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지만, 외부나 내부의 심리 사회적 환경에 따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혹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유기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재난에 대한 접근은 개인의 치료와 보상 문제차원에서 더 나아가 역동하는 유기체로서 재난 지역공동체를 바라보고 공동체의 문화적, 심리사회적 측면까지 집단 트라우마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언론에서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재난 시 대처방법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재난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미확인된 내용을 보도하거나 사망자 명단을 잘못 내보내는 일 등은 재난에 취약해진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또한 ‘구제역’이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처럼 격리가 확산 방지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적절한 정보통신이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격리와 동시에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원격 매체를 통해 정확한 정보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큰 효과를 발휘 할 수 있다.

오혜영 이화여대·학생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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