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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의 참뜻을 아시나요?
'할랄'의 참뜻을 아시나요?
  • 공일주 카이로대 객원교수·문과대
  • 승인 2016.08.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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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공일주 카이로대 객원교수·문과대
▲ 공일주 카이로대 교수

엊그제 카이로대 교수를 만나서 한국인이 아랍인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아랍인들은 자신이 한 말을 한국인이 어떤 상황에서 받아들일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에게 아랍어라는 말은 상당히 알려진 것 같은데, 여전히 얄팍한 아랍어 지식은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모자란 이해로 귀착되고 있다. 아랍어는 한국어와 달라서 수사법이 훨씬 발달했다. 아랍어 문법은 낱말의 구조와 통사적 구문에 초점을 두지만, 아랍어 수사법은 대화 상황에 따른 구문의 ‘의미’를 찾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아랍인들은 이런 수사적 의미를 넘어서 문장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기도 한다. 따라서 아랍어의 깊은 의미를 알면 아랍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랍인들은 외국어로써 아랍어를 배운 한국인에게 아랍어가 갖는 통상적인 의미로만 대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서로 친해지고 관계가 깊어지면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비유적인 의미를 사용한다. 아랍어 신문에도 낱말이나 문장이 직접적인 의미가 아닌 수사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아랍인들은 문화가 깊은 것일수록 비유적인 의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비유적인 의미를 한국인이 이해하기 위해선  아랍인과 살아본 오랜 경험과 아랍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에는 아직 아랍어 수사법에 대한 교재가 없다. 아랍어 수사법은 상황에서 말이 어떻게 표현되느냐를 따지기 때문에, 아랍어 학습을 대화 상황 중심으로 한다면 반드시 수사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랍에서는 수사법은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수사법 수업은 대학 내 아랍어과에서 가르친다.

지난 몇 년간 할랄이란 말이 국내 언론과 정부 보도 자료에 언급되면서 우리 국민들이 어느 정도 할랄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 기사에 나오는 할랄은 ‘허용되다’ 또는 ‘허용된’이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할랄의 어휘적 의미는 ‘허용’이란 뜻이고 ‘하람(금지)’의 반의어다. 할랄는 동사 ‘할라(halla)’의 명사형이다. 그런데 ‘할랄’이란 단어가 할랄푸드와 관련될 경우에 어휘적 의미로는 불충분하다. 반드시 할랄에 대한 이슬람 법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할랄의 이슬람법적 의미는 ‘금지의 매듭(규정)이 풀려서 인간에게 허용되는 것’으로서 율법 제정자가 그것을 행하도록 허락한 것을 가리킨다(Yusuf al-qaradawi, al-Halal wa-al-Haram fi a-Islam, 15). 따라서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통상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사용하는 제품을 뜻한다”고 말하는 기사는 틀린 부분이 있다. 할랄은 이슬람법에서 광물, 식물, 동물 등을 할랄과 하람으로 각각 나누어 설명하고 할랄과 하람은 세상의 문제와 종교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

단순히 음식과 음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술, 마약, 의복, 주택, 혼인과 가족생활(부모와 자녀, 부부관계), 신앙과 공공생활(전매, 오락, 무슬림과 비 무슬림과의 관계, 사회생활) 그리고 종교의식(청결, 기도, 구빈, 금식, 순례) 등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할랄을 ‘허용된’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거나, ‘할랄식품’이라고 사용하는 것은 ‘모자란 이해’에 해당된다. 할랄이란 말은 “허용된 것”이란 사전적 의미를 떠나서, 할랄이 갖는 이슬람법적 또는 종교적 의미를 국민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만일 얄팍하고 모자란 이해로 아랍(이슬람) 세계와 통상 및 교류를 하려 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일주 카이로대 객원교수·문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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