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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위관료의 막말
교육부 고위관료의 막말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6.08.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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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최희섭 논설위원

최근 교육부의 고위 관료가 민중을 개·돼지라고 칭하며 먹을 것만 챙겨주면 된다는 막말을 해 큰 파문을 일으킨 사실이 있다. 한 달도 되지 않았으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최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리라 생각한다. 곧이어 사법부의 검사장이라는 높은 양반이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아 더욱 큰 파문을 일으켰고, 이와 더불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더 높은 양반이 연루됐다 아니다 하면서 더욱 더 큰 파문을 일으키는 바람에 온 국민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지만 필자의 뇌리에는 교육부 고위 관료의 막말이 더욱 깊이 박혔다. 교육부 고위 관료는 파면으로 일단락되고 다른 두 사람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국민의 관심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는 교육부 관료의 말이 큰 관심거리이다.

물론 한 개인의 일탈적 사고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그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차마 거론하기도 싫은 막말을 할 당시에는 정책기획관이라는 자리에 있었으나 그 이전에 대학 지원과장, 지방 교육 자치과장, 교직 발전 기획과장 등을 지냈다고 한다. 그가 책임을 맡았던 직책을 보면 그는 우리나라의 교육, 특히 대학 교육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리라고 여겨진다.

아마도 대학 지원 과장을 할 당시에는 대학의 구조조정이라든지, 대학에 각종 지원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고, 지방 교육 자치과장을 할 당시에는 우리나라 지방의 교육자치 문제를 다뤘을 것이다. 아마 이 때에도 대학과 연관 있는 일을 했을 것이다. 교직 발전 기획과장을 할 당시에는 후학들을 양성하는 선생님들을 길러내는 교직의 발전 방향을 기획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막중한 일을 해왔던 사람이기에 그의 막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는 교육부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1%에 속하는 특권층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에게 굽신거리며 자신의 학교나 교육 단체에 지원을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찾아와 굽신거린 사람들 중에는 대학 관계자나 지역 관계자가 많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러한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먹을 것을 던져주면 만족하는 개·돼지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 이러한 모습을 예사롭게 보아왔고,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러한 막말을 아무 의식 없이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신문 기자가 두 번 세 번 확인해도 변함없었다니 평소의 소신에 따른 발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이 대학의 구조조정에 관여하고, 대학의 각종 사업 지원금 배분에 관여하고, 교직과정의 발전 정책을 기획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구조조정이니 사업 개편이니 하면서 대학을 평가하고 각종 사업 지원금을 던져주며 대학 교수를 비롯한 일반 민중을 먹이에 달려드는 개·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니 말이다. 필자나 일반 민중이 개·돼지 취급을 받았기에 모골이 송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현재의 교육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우매한 민중을 먹이로 유인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각종 사업이 그저 허울뿐인 경우가 태반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큰 방향에서는 바르게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아니 우리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고, 그가 징계를 받고 공직에서 물러났기에 이제는 대학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바른 길로 나아가리라 믿고 싶다. 그래도 마음 한 쪽이 무거운 것은 연이어 터져 나온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의 일탈된 언행으로 보아 내 믿음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기우 때문이리라.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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