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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와 한국의 민주주의
사드배치와 한국의 민주주의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승인 2016.08.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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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정용길 논설위원

며칠 전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다. 캐나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고색창연한 의회건물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내부를 관람하던 중에 보았던 글귀가 잊히지 않았다. 즉 국회는 ‘토론’과 ‘논쟁’이 핵심적 요소라는 것이다. 국회(parliament)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인 말한다(parler)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는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 국가의 운명과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사드(THAAD)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떤 문제든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존재하는 것이고,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효과를 미치는 사안인 경우에 서로 다른 견해와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끄럽고, 일견 혼란스러운 토론과 논쟁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민주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사드배치와 관련한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보수언론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시계가 도대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강한 분노와 깊은 좌절감이 들게 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다른 의견을 표시하는 행동에 대해 대통령은 ‘불필요한 논쟁’이라 일축했고, 이 과정에 ‘불순한 세력’이 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배치에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이란 말인가? 사드배치는 전략무기를 어느 곳에 배치하느냐 하는 단순한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의 세력균형과 국제정치의 문제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에 한국-미국-일본이 동서의 축이 되고, 북한-중국-러시아가 남북의 축이 돼 이 지역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사드배치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오히려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고,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유일하게 관리할 수 있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인구의 절반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을 커버하지도 못하는 무기체계를 도입하면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국내외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여러 문제에 관해 정치권과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이뤄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의 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를 ‘불필요한 논쟁’이라 치부하고, 북에 동조하는 ‘불순한 세력’의 책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드배치에 항의하는 성주 군민들의 집회에 동조하고 참여하는 것을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도 비열하고 반민주적인 작태이다. 사드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에 관한 것으로 성주 군민만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근본적 가치다. 성주 군민 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을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사드배치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국한해 중앙정부의 일방적 힘으로 해결하여 보자는 저열한 꼼수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고뇌에 찬 결단을 했으니 국민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론을 분열하고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종북세력이라는 단순 무지한 주장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해방 70년이 넘어가는 데도 군사주권인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지 못하고, 국가안보를 미국의 지역안보체제에 편입시켜 버리는 우리 정부의 비굴한 행태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언제나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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