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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우리' '모두'라는 소속감
연구와 '우리' '모두'라는 소속감
  • 이승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천연물소재연구센터
  • 승인 2016.07.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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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승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천연물소재연구센터

나의 목표이자 꿈은 대학에서 재미있게 강의하고 연구실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가지고 이름을 알리는 교수였다. 막연했지만 점차 그 꿈에 나아가고 있었고 그만큼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들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나름 슬럼프라는 것도 찾아왔다. 연구를 계속해야하는 것인지, 내 욕심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과거를 되짚어 봤고 미래의 확신을 뇌라는 작은 공간에서 그려보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나조차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과연 내 인생에 있어서 연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과학은 무엇이며 연구는 왜 하는 것일까? 연구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등의 질문을 항상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그렇게 학사를, 석사를, 최종적으로 박사를 했다.

처음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박사학위를 수여하면 그것으로 ‘끝’인줄만 알았다. 박사학위를 받고 5년여가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원 시절이 힘들었고 어려웠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러하듯 자신에게 위의 질문을 되묻고 인내 혹은 포기 등의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지금 내 적성에 맞는 것인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질문을 안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험에 대한 흥미가 있었고 논문이 게재될 때마다 즐거웠고 후배나 제자를 양성하면서 기쁨을 느낀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연구의 욕심이나 욕구를 해소시킬 아주 미비하지만 확실한 그 무언가는 없었다.

단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직업을 갖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돼버린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내가 선택한 길은 그리했다. 지금도 연구원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고민하고 일주일을 생각하며 한 달을 걱정한다.

인생의 절반을 살았을 정도의 나이로 지난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목말라 있던 그 부분은 아마도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연구를 하고 ‘같이’ 해결해 나아가며 ‘함께’과제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혼자서 내린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외에 사회에서 내가 속해있는 ‘우리‘라는 소속은 연구를 진행시키기에 혹독한 과정이지만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지금 어려운 이 과정도 ’나‘였으면 힘들었겠지만 ’모두‘이기에 헤쳐 나갈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었으리라.

마지막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내가 경험한 대학과 해외유학과 기관에서의 환경, 여건 등은 큰 차이점이 있었다. 국내 대학 연구의 문제점이나 단점을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해소할 수 있었고 대학에서 풀지 못하는 것들을 기관에서 해결한 적도 있었다. 물론 기관에서의 고민은 대학에서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은 내가 선택한 인생의 연구라는 부분에서 크고 값진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천연물소재연구센터

건국대에서 식품생물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천연물약리, 응용생명과학 등에 관한 논문을 다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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