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0:10 (토)
연구책임자가 된다는 설렘과 두려움
연구책임자가 된다는 설렘과 두려움
  • 이경률 순천향대 박사·정보보호
  • 승인 2016.04.11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경률 순천향대 박사·정보보호

나는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보내면서 연구보조원으로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의미가 있도록 해석해 논문을 제출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과제를 진행하면서 연구책임자가 아니라 참여연구원에 속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은 일부 있었지만, 그 중압감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이제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는 자만심으로 포장된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똑같이, 혹은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했지만, 이제 시작하는 박사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현실과 마주쳤고 그 결과가 암울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었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갈 때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박사후 국내연수)이었다. 비록 인건비만 지원되는 사업이었지만, 이로 인해 국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연구과제를 통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쯤, 참여연구원이 아닌 연구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연구과제를 제안하고 선정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선정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커다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혼자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을 구성하고 학생들을 모집해 단체로서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책임감이 너무 무거웠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잠시 생겼던 자신감도 다시 잃게 만들었다. 거기에 학생들의 진학에 대한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계획을 토대로 각자 개성에 맞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금전적인 문제까지. 과연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셨던 것처럼 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중 ‘이러한 감정이 스스로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하게 됐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성공했을 때의 결과를 상상했다. 우선, 개인연구보다 집단연구가 연구의 질은 높이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학생들의 개성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각자가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함께 협력한다면 연구에 대한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커다란 상상도 하게 됐다. 이러한 미래가 실현된다면 얼마나 멋진가?

그래서 향후 연구 책임자로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어떠한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연구 진행에 대한 부담감을 이유로 인적 네트워크를 등한시 해 학위과정 동안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국제 학술대회의 공동의장과 국내 학회이사로 활동하면서 국내외 연구자들과 교류를 시작하고 있지만, 만약 학위과정부터 협력했다면 학생들에게 더욱 큰 세계로 안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자들과의 교류뿐 아니라 공학이 아닌 다른 학문, 예를 들어 인문학, 생명공학, 교육학 등의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 된다면 연구자로서, 그리고 연구책임자로서, 이제 세상에 발을 내디디려는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더욱 넓은 세계로의 안내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도록 책임자로서 역할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두려움과 맞서 설렘을 느끼는 경험, 그리고 희망과 믿음에 대한 마음가짐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경률 순천향대 박사·정보보호
시스템 보안, 하드웨어 보안, 인터넷 뱅킹, 사용자 인증, 디바이스 인증, 취약점 분석 등을 연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