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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상담소’로 변화 중 … “중요한 건 진로설계”
‘취업상담소’로 변화 중 … “중요한 건 진로설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3.0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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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년 ‘상담소 지킴이’ 천성문 경성대 학생상담센터장

“고민있어요….” 

대학생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창구인 ‘학생생활상담소’(상담소)가 ‘취업상담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요즘엔 신입생들의 고민 1순위도 연애나 학문이 아닌 ‘취업’인데다 정부와 대학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며 대학교육을 취업교육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수들도 전공, 교양과목을 막론하고 취업과 관련한 커리큘럼으로 바꿔야 하고 수시로 학생 면담을 하면서 취업지도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 천성문 경성대 학생상담센터장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들의 ‘고민’도 ‘취업’으로 고정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상담소는 타부서의 업무영역까지 넘나들며 숨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예컨대 취업정보센터에서 취업알선과 정보제공을 한다면, 상담소는 진로설계를 맡는다. 교수학습센터에서 교수법을 알려준다면, 학생생활상담소는 학생 상담기법을 교수들에게 가르친다. 

상담소의 역할은 커지고 할 일은 많아졌지만 상담소 역시 취업·진로 전문기관이 아니었던 탓에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15년간 상담소를 지켜온 천성문 경성대 학생상담센터장(교육학과, 사진)에게 최근 취업을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는 대학가 분위기를 물었다.

천 센터장은 상담심리 전문가로서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상담교수, 전국대학교 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취업은 신입생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학생들은 고교 2~3학년부터 취업이 어렵다는 얘길 많이 듣고 있다. 대학과 전공도 취업을 고려해 선택하고 1학년부터 취업 관련 걱정과 불안을 늘 가지고 있다. 남학생의 경우, 예전엔 2학년을 기점으로 군입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1학년으로 줄었다. 취업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거다. 대학에서도 거의 모든 과목에서 취업과 연관시킨 강의를 하고 과제물을 하니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을 고민하는 신입생이 실제로 많나?

“예전엔 1~2학년생들의 고민으로 ‘취업’은 드물었다. 요즘엔 심리상담을 하러 오는 신입생들도 자세히 들어보면 결국엔 취업·진로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말하면 취업·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성격이나 대인관계 등 심리상담 측면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특히 만성적으로 ‘선택’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취업이든 스펙이든 분위기에 휩쓸려가긴 하는데, 정작 자신은 뭘 해야할지 방향설정을 못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졌다. 이렇게 4학년 되면 입사서류 작성해서 던져놓고 하나 걸리기만 하라는 식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예전엔 특정 분야를 정하고 여러 업체에 원서를 냈다면 지금은 그냥 다 뿌려놓는다. 이런 학생들이 3~4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직업선택에 주저하면서 취업이 지연된다는 말인가?

“학생들은 스펙이 많고 경험도 적지 않은데 ‘가치관 탐색’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진로와 직업이 연결되지 않는 거다. 신체적 성숙은 잘 돼 있는 반면, 심리적 성숙이 취약하다. 가치관, 주체성 확립이 잘 안 돼 있다. 그래서 선택을 못하는 거다. 조화를 못 이루는 거다. 신체와 심리가 성숙되고 조화를 이뤄가는 방법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취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과목개설도 못한다. 이를 테면 인문학 같은 학문이다.”

△이젠 전공강의도 취업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학강의는 기본적으로 기초교양으로서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자질, 가치관 등 학문적 내용을 토대로 구성돼야 하는데, 이젠 모든 걸 취업과 연결지어야 한다. 예컨대 교육학과에 ‘인간관계 탐색’이라는 1~2학년 대상의 교양과목이 있다. 기존엔 ‘인간관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르쳤다. 그런데 이것도 개인의 성격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미래설계 방향을 짜보라는 식으로 바꾸라는 거다. 그래서 3~4년 전부터 이 과목의 한 챕터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넣었다. 커리큘럼 개편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개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야 한다. 나는 진로탐색 분야는 자신 있었는데 ‘직장생활’ 부문은 취약했다. 그래서 틈틈이 관련 워크샵에 참석해서 공부했다. 취업 준비, 직장 내 인간관계 같은 건 직장 다니는 친구들(임원급) 만나서 정보를 구하거나 관련서적을 뒤졌다. 이제는 교수도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니 모든 챕터에 ‘진로+취업’이 다 들어가게 됐다. 대학교육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취업·직장생활을 추가한만큼 줄어든 내용이 있다면?

“예전엔 ‘결혼과 적응’ ‘자아정체감’ ‘은퇴와 노후생활’ 등이 많았는데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진로·인간관계에서도 개인의 성격, 자아정체감 같은 건 가르칠 수 없게 됐다. 기존에 2주 강의하던 주제를 1주로 줄였다. 그나마 우리 학과엔 ‘진로상담’이라는 분야(교과목)가 있으니 이런 변화가 아주 무관한 건 아니지만, 다른 학과 교수들은 고전할 것이다.” 

△경제위기와 취업난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정부와 대학에서 ‘취업’을 강조하다보니 학생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 

“정부와 대학에서 취업을 많이 강조한 건 사실이다. 중요한 건 ‘진로설계-의사결정-취업 도전’이라는 연결고리가 충실히 이어지게끔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진로설계가 안 된 채로 업체에 지원하니 업체나 학생이나 모두 불만족스러운 거다.” 

△지난해 12월 동계세미나에서 ‘학생생활상담소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는데.

“학생생활상담소에는 ‘진로상담’이라는 영역이 있다. 교내 취업정보센터에서 취업알선, 정보제공 등 직접적인 취업업무를 담당한다면, 취업 전 단계인 ‘진로설계’ ‘진로상담’ 등은 학생생활상담소의 진로·심리상담 전문가들이 맡는다. 예전엔 ‘심리상담’ 위주로 했다. 찾아오는 학생들의 심리상담을 하기도 벅찼던 게 사실이다. 최근엔 대학평가 등의 영향으로 진로상담이 강화됐다. 심리상담은 기본이고, 진로·취업상담이 확대되고 있는 거다.”

△상담소에서 산학협력교수를 대상으로 한 상담도 하나? 

“산학협력교수들은 취업 알선과 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거나 기업체 정보를 통해 취업에 연결시키는 업무엔 능통한데, 취업교육이라는 게 결국엔 ‘진로상담’을 해야 하는 거다. 산학협력교수들이 상담소를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진로상담은 심리상담과 연결돼 있어서 학생들과 면담하다보면 제2인생설계 같은 걸 해줘야 한다. 산학협력교수들은 상담기법, 면담기술 등이 약해서 상담소에서 이 분들도 컨설팅 해주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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