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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기간 길수록 취업성공률 떨어진다”
“준비기간 길수록 취업성공률 떨어진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3.07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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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열심히 하면 취업 될까?
▲ 학생들 사이에 ‘취업 준비’라는 말은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취업을 준비를 열심히 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맞닥들이면서 ‘취업 포기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취준생들에게 취업의 벽은 빌딩의 높이만큼이나 높게 느껴진다. ·자료사진: 서울 종로(최성욱 기자)

대학졸업 후 첫 취업까지 평균 8.3개월
백화점식 스펙쌓기 취업성공 10% 낮춰

요즘 대학생들은 졸업반이 될 즈음이면 이미 ‘취업전문인력’으로 성장해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에선 대학시절의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대외활동’으로 평가절하한다. 기업은 되려 언론 등을 통해 대졸자 신입사원들의 인성과 실무능력 부재를 끊임없이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조원대 예산을 지원하면서 대학교육을 취업중심으로 바꾸고 학생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과 기업체(산업체), 정부 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준생’이 된 대졸자들은 물론이고 재학생, 신입생까지 자신의 ‘취업역량’에 확신을 갖지 못해 상시적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표현을 빌리면 ‘영혼 없이 스펙만 쌓는 로봇’이다. ‘취업 준비’라는 단어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된다.

그렇다면 기업의 요구나 정부의 정책이 강조하는대로 대학에서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면 취업이 될까?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관련 학회가 공동개최한 학술대회에 쏟아진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학생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실제 취업성공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재학 중 직장 경험과 현장실습 등은 ‘첫 취업’의 확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학점·영어 점수·면접 횟수 등 많은 학생들이 의지하는 ‘취업 준비 과정’이 오히려 취업시기를 더 늦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숙명여대의 임정연 박사수료생과 이영민 교수가 2012년 2월 전문대·4년제 대졸자 426명을 분석한 「대학졸업자의 미취업 지속기간과 미취업 탈출 결정요인」에 따르면, 청년실업 문제는 단순히 경기불황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고학력화에 따른 대졸자의 공급량과 노동시장 인력수요의 불일치 △‘괜찮은 일자리’만을 선호하는 선별적 취업활동 △학력과잉으로 인한 대졸자의 눈높이 조정 실패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연구진은 “청년층이 보다 나은 직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보다 좋은 일자리를 담보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구직활동을 한 경험은 미취업 탈출을 앞당기지만, 백화점식 스펙쌓기는 오히려 미취업에서 탈출할 확률을 10% 가량 더 낮춘다는 분석도 이끌어냈다. 조사대상자들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하기까지는 평균 8.3개월이 걸렸고, 이들의 절반(50%)은 졸업 후 2개월 안에 취업했다. 미취업 탈출 기간은 남자(6.7개월)가 여자(10.2개월)보다 평균 3.5개월 빨랐고, 전문대졸자(6.8개월)가 4년제 대졸자(8.8개월)보다 2개월 빨리 취업에 성공했다.

전공계열별로는 인문계열(12.5개월)과 예체능계열(12.7개월) 대졸자의 미취업 탈출 기간이 공학계열 대졸자(6개월)의 2배를 넘었다. 서울지역의 평균 미취업 탈출 기간은 10.9개월로 경기·인천·강원지역(6.3개월) 대졸자보다 2배 가량 길었다. 

‘자존감’은 취업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대학시절 자존감이 ‘보통 이하’인 대졸자가 취업하는 데 평균 10개월이 걸린 반면, 자존감이 ‘매우 높은’ 대졸자는 절반 이하인 4.3개월만에 취업했다. 또 대학시절 자존감이 높은 대졸자들은 그렇지 않은 대졸자보다 미취업 탈출 확률이 33.6%나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졸업 후 1년이 지난 34개월이 경과해도 대졸자의 약 10%가 미취업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는 대학 졸업 후 미취업이 장기화 될수록 취업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직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고 낙인효과로 인해 취업이 더욱 곤란해지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무분별한 스펙쌓기에서 벗어나 오히려 희망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하고 필요한 취업준비 행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대기업·공무원 입사보다 ‘근무시간 준수’ 원해

대졸자 취업난이 나날이 악화되면서 취준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라도 다니면서 실무능력을 쌓으라고 하면 취준생들은 “중소기업이라도 가고 싶다”고 대답한다. 한편 중소기업을 꺼리는 취준생들의 경우 단순히 ‘눈높이’보단 처우·복지 등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오호영 직능원 선임연구위원 등은 「취업눈높이 결정요인 패널 분석」을 통해 일반계·전문계 고교 3학년생 등 총 1천735명을 대상으로 2010년~2014년 5개년 자료를 패널화해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청년들이 중시하는 근로조건(2014년 기준)은 △근무시간 준수(71.01%) △통근 가능권(66.97%) △정규직(63.98%) △주 5일 근무(60.81%)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언론에서 흔히 보도 되는 대기업·외국계 기업(8.99%)이나 공기업·공무원(8.7%)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연구진은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이 단순히 중소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근무시간 준수, 통근 용이성, 주5일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며 “중소기업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관리 관행을 확립하고 근무시간 등이 철저히 준수되는 근로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보수와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대졸자들은 누굴까. 이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대입시기 대학 및 전공지향 선택이 노동시장 진입에 미치는 영향」(이왕원 고려대 사회학과 박사수료 외)이다. 대학입시에서 대학과 전공 선택이 훗날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왕원 연구자 등은 4년제 대졸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첫 취업’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자신의 흥미에 기초해 ‘전공’을 선택한 사람이 중소기업에 입사할 확률은 학력주의에 따라 ‘대학’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사람보다 무려 91%나 높았다. 연구진은 “자신의 관심사로 전공을 택한 사람의 경우 자아실현이나 자기 만족을 보다 중시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자신의 흥미에 맞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공과 직업선택의 상관관계를 통해 개연성을 도출해낸 것일뿐, 흥미로운 전공을 택한 사람이 꼭 대기업을 희망하지 않거나 입사할 때 불리하다는 말은 아니다. 연구진도 “한국사회에 학력주의와 특정학과 선호현상은 대학교육을 택하는 개인들의 선택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학교육이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취업을 위한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입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취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돼 업무 내용이나 직업 분야보다는 직장 ‘간판’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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