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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준비하는 방학
교육을 준비하는 방학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5.12.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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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올해 2학기 강의가 종강을 맞으면서 기말시험에 접어들고 대학은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강의 준비, 숙제 및 팀 프로젝트, 퀴즈 및 시험 등 여러 방식으로 열심히 강좌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하지만 각 학생의 마음에는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교수는 한 학기를 마칠 때마다 교육관련 성적표를 받게 된다. 또한 올해 연구 성과 등 교수업적평가의 지표도 따져봐야 한다. 교육에 관심이 있더라도 연구 업적 내는 일로 교육활동에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특히 젊은 교수일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 속에 살아왔던 지난 학기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이번 방학에도 교수들은 연구에 가급적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교수에 따라 재정지원 프로젝트 준비에 정신없이 지낼 것이다.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이 나올 때마다 바쁘고 예민하다. 반값등록금, 신입생 수 감소 흐름에 따라 재정확보 차원에서도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번 방학에는 300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프라임 사업’이 중심에 놓일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교수들이 교육에 대해서도 시간을 투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육의 내용과 질, 교육 방식 등 많은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5년, 10년 후면 오늘의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책임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지금 기성세대의 미래, 국가의 생존, 발전이 이들에게 달려있게 된다. 우리 사회 내부의 여러 문제들, 그리고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이들이 잘 풀어가야 한다. 취업률만 높으면 되는 일이 아니다.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 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우경화 등은 외교, 국방, 경제에 있어서도 운신의 폭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청년 일자리, 국가 성장동력,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감소, 고령화 사회 복지부담 등은 물론 갈등, 불신, 부패, 자살, 이혼 등의 사회병리현상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 다가올 미래에 의사결정과정의 결정주체가 될 학생들에게 대학본부나 교수들은 현재 무엇을 준비시키고 있는가. 개인별로 취업, 창업 훈련만 시키면 다 되는 일인가. 물론 시급한 과제지만, 이들이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발전 변화시키며, 개인과 국가가 지구촌에서 어떻게 존경받는 존재가 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 채워질 수 있을까.

대학 사회는 정부 지원 사업, 연구 업적도 중요하지만, 인재상 중심의 철학을 갖고 교육에도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제는 교육에도 ‘전문성’이 중요하다. 오늘의 대학생들을 이해하고,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개인별 특성들을 존중하며 그 강점을 키워줘야 한다. ‘토론식 수업’은 물론 ‘팀 프로젝트형 체험학습’, ‘플립 러닝’, ‘디자인 싱킹’ 등 새로운 시도들도 늘어나고 있다.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도 지식 전수의 단계를 넘어, 동반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젊은 학생들의 새로운 생각과 교수의 연구 연륜이 서로 배우게 하며 자극을 주게 될 때 우연한 아이디어의 충돌로 새로운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라는 미국 보이어 위원회의 권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교수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얻는 것도 기쁨이지만, 한 학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보람이 된다.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다. 주로 개인적 경험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교육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새 학기가 시작되면 또 다시 같은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될 것이다. 교수님들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한번 ‘교육개발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란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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