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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꿔왔던 ‘과학자’는…
어릴 적 꿈꿔왔던 ‘과학자’는…
  • 김현성 한국한의학연구원·연구원
  • 승인 2015.09.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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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현성 한국한의학연구원·연구원

오랜 시간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오다가 이제 바깥세상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 시점. ‘무슨 얘기를 할까…’ 문득 처음으로 돌아가 별 생각도 없이 그냥 공부하고 실험했던 시간을 떠오른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은 그 이유 하나로 나의 어릴 적 꿈은 많은 이들의 흔한 꿈처럼 의사나 과학자였다.

하지만 막상 연구를 시작해보니 어릴 적 순수하게만 생각했던 그런 과학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현실은 논문 게재를 위한 연구, 점수를 위한 연구가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오직 논문 게재만이 목표가 됐다. 1년에 몇 점, 최근 3년에 몇 점…. 우리는 지금 그 점수로 가치가 매겨지는 기계와 같다. 국내에서 연구원으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많은 연구자들이 본인의 연구와 업적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으로 힘들지만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 것 같다. 학문후속세대에게는 추억이 된 대학원 시절을 떠올리고, 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해 왔던 질문에 대해 경험과 들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답을 해 보려한다.

대학원 입학 전_ 대학원 고민 중인데 어디를 가야할까요?

일단 대학원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정확히 알아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잘 하고 있는 실험실을 찾으면 된다. 몇 개의 후보 랩들이 정해진다면 과감하게 이력서를 보내자. 면접을 가서 직접 실험실을 둘러보고 지도교수와 대화를 해보면 어느 정도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불안해서 망설여질 때 유일한 안전장치는 대학원 마감 후에 들어가서 한 학기만 학부연구원으로 생활해보는 것이다. 졸업반 때 영어를 잘 준비해놨다면 종강과 동시에 평소 가고 싶었던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석사과정_ 취업을 할까요? 박사과정에 진학 할까요?

사실 석사연구원 취업이냐 박사과정까지 가느냐는 대학원 들어올 때에는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의 연구 패턴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본인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잘 알고 거기에 대한 기술들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주저자의 논문도 좋겠지만 여러 가지 실험 기법들을 습득하고, 여러 논문에 이름을 올려야한다. 박사과정까지 이어서 간다면 당장의 논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박사 졸업을 기점으로 한방이든 두 방이든 터뜨릴 수 있는 무기를 갈고 닦고 있어야한다.

박사과정_ 취업·임용·취업·해외로 박사후과정?

여기서부터 세부 전공과 실적 차이가 확연하게 나기 시작한다. 대학원을 들어오는 학생 다수는 교수라는 직업을 꿈꾸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 많은 실적과 해외 박사후과정의 경력이나 보이지 않는 여러 요소들이 필요하다. 취업을 생각해도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 순간부터 취업의 문턱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다. 눈높이를 내리고 또 내려 취업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고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해 해외로 박사 후 과정을 많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과거에는 해외 유명 대학 출신이라는 그 한 줄이 도움이 됐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스펙이 상향평준화된 이 시점에는 자신만의 색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해놓은 연구의 길을 따라만 가면 비슷한 내용의 논문 수만 늘어날 뿐 제자리만 맴돈다.

필자는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면역학을 공부하려는데 한의과대학을 택했다. 대학원 입학 때 주변의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의과대학 면역학교실로 연락 후 면접을 보았지만 한의과대학 학생연구원 프로그램을 거친 후 천연물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한약의 효능을 연구하는 한의과대학의 실험실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졸업 후, 현재 연구하는 이곳에서는 수많은 한약 속에 숨겨진 유효성분들을 잡아내는 데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사람 하나하나 능력과 성향이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란 있을 수가 없다. 본인이 만족한다면 그것이 옳은 선택이고, ‘덜 후회할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 새로운 진리를 입증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을 연구자들의 성공을 바라며 필자도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야겠다. 그래도 우리는 인류 역사에 미세해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잘 지워지지도 않을 흔적들을 하루하루 남겨가고 있다.

 

김현성 한국한의학연구원·연구원
 

동국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이학 석·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한약의 치료 효능과 면역 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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