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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근대건축과 문화의 연속성
[원로칼럼] 근대건축과 문화의 연속성
  • 김영하 단국대 석좌교수·도시건축학
  • 승인 2015.09.0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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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년! 일제강점기 종지부와 함께 한국 문민정부수립 후 광복 70년이 된다. 한국정부 수립과 함께 한국전쟁을 거치고, 산업발전, 민주화에 이르기 까지 짧지 않았던 순간들이 숨 가쁘게 흘러왔다. 그 후 경제발전에 온 국민이 매진해 왔으며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는 목표 아래 어려웠던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했다.

이후 산업발전과 민주화의 격동기를 극복한 우리나라에서 근대 건축의 활용은 역사적 배경에서 관찰할 때 변질되어서도 안 될 뿐더러 문화의 연속성에서도 지역사회와 국가의 유산이기도 하다, 근대 건축의 부재는 그 시대의 문화의 단절과도 연결된다.

덕수궁과 성공회 성당이 인접한 세종로 대로변에 덕수궁의 정기를 끊기 위해 1937년에 조선총독부가 조선체신 사업회관을 건축했다. 위의 남대문 세무서 별관은 모더니즘한 4층 규모의 근대 건축물로서 서울시 결정으로 최근 철거 됐다. 이번 근대 건축물을 계기로 하여 남대문 세무서 별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건축을 고찰하고 조명해보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근대 건축은 역사적 배경과 건물이 위치한 장소성이나 현재의 상황을 과거와 연계하면서 미래에 대한 문화로서 연속성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나라의 문화는 조선말 근대화를 우리 스스로 제대로 꽃피워 보기도 전에 일본의 강제에 의한 근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근대 건축물의 경우 일본은 강제점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기술을 보여주는 척도들 중 하나로 들어오면서 더욱 그랬다.

일제가 중심이 돼 건축된 조선총독부, 동양척식회사의 본거지로 사용됐던 舊외환은행 본점, 경성부청 건축물, 조선신궁, 서대문 형무소, 舊서울역사, 서울 지방 국세청 남대문 별관, 한국은행 본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근대 건축물은 일본의 내선일체의 상징으로 건축됐으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일본의 강제점령에 의한 근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산업발전과 민주화의 격동기를 이겨낸 우리나라는 문민정부 시대에 들어 지나간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정리하고자 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정부의 정통성을 회복한다는 명분하에 추진된 경복궁 복원 및 옛 조선총독부 철거다. 그때까지 중앙청으로 사용하던 건축물을 이 땅에서 완전히 걷어내는 일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친일파의 정리, 일제의 잔재 청산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돌아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자존감을 세우고 우리의 의식을 바르게 정립하는 방법으로 지난 역사를 완전히 지우는 것이 유일한 길인가’하는 것이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빨리 잊고 싶기도 하겠지만, 후손에 전해야 하는 것과 같이 어느 기억의 부분에서는 역사적 교훈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을 지나며 2002년의 월드컵 응원을 떠올리기 이전에 경성부청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다짐하는 교육의 장으로 승화될 때 진정한 일제의 청산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독립과 자주적인 문화가 바로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의 흐름에 근대 건축은 문화의 연속성에 하나의 이야기의 역할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은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문화의 연속성이 중요하듯 근대건축이 함축하고 있는 역사성 역시 중요하다.

근대 건축과 문화재와 관련된 결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완전철거 형태다. 둘은 보존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셋은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활용방안 모색에는 걸림돌이 많다. 먼저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시류에 따라 성급한 판단을 하거나 시행착오를 범하는 경우가 생긴다.

근대 건축물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3분의 2의 동의만 구하면 되는 구조이다 보니 이들의 의견에 따라 건축물의 운명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근대 건축이나 문화재 위원들의 전공분야를 살펴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자가당착에 빠질 여지도 다분하다. 예컨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의 구성 면모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구성된 점과 비교하면, 문화재 위원 또는 근대건축 관련 위원들만이 구성에 다양성이 없어 획일적 결정을 내리기 용이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문화나 근대 건축물 등의 보전이나 철거 결정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한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당연한 요구다.

□필자는 한국그린빌딩협회의회 녹색건축 상근 심사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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