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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과 균형이 있는 역사연구와 교육
얼과 균형이 있는 역사연구와 교육
  • 석희태 편집인/경기대 명예교수·법학
  • 승인 2015.08.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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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석희태 편집인/경기대 명예교수·법학
▲ 석희태 편집인

중국의 중등학교가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중국사 교과서인 인민교육출판사 간행의 『중국역사』 ‘戰國형세도’(33쪽) ‘西漢강역도’(83쪽) ‘삼국鼎立형세도’(105쪽)에 의하면 서기전 4세기로부터 서기후 3세기 경의 고조선과 고구려 강역 대부분(한강 이북지역 포함)이 중국의 영토로 채색돼 있다.
일본 중등학교용 일본사 교과서인 부상사 간행 『새로운 역사교과서』 ‘4세기말의 조선반도’ 지도(37쪽)와 현재 중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해 사용하는 길천홍문사 간행 『일본사연표·지도』 ‘4세기말의 조선’ 지도 및 ‘6세기전반의 조선’ 지도(4, 6쪽)에서는 신라 백제의 상당한 지역을 임나일본부로 표기해 두고 있다.

한편 한국의 중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다수에서는 고조선과 삼국의 기원 및 강역에 대해 매우 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중국 주장에 근사한 기술을 하고 있다. 임나일본부에 관한 기술은 거의 찾기 어렵다.

그리고 참으로 놀랍게도, 사대주의사관과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올바른 우리 역사를 연구 공표하기 위해 국가가 설립해 국고로 운영하는 동북아역사재단 산하의 동북아역사지도편찬위원회가 지난 4월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에 제출한 ‘前漢형세도’와 ‘後漢형세도’ 및 ‘魏蜀吳’ 지도에서는 그 강역을 앞의 중국 교과서와 상당히 유사하게 표시하고 있다. 장차 이 지도가 국사 교과서 저술에 원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금 한국사학계의 구성과 지금까지의 학문적 논의의 흐름에 비춰 결코 쉽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보통 시민 입장에서 적어도 자신의 고대사적 영토지식에 입각해 남북한을 볼 때, 우리 한민족이 오랫동안 자기네 땅을 무단점거해 온 것으로 여겨질 법하다. 더욱이 동북아재단의 역사지도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 그 책으로 한국사를 익힌 우리 후세는 저 사람들과의 역사 대화에서 더욱 심한 열패감을 겪게 될 것 같다.

역사 논쟁에 史學 비전문가와 언론이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은 누구나 짚어 볼만하고 학계는 이를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와 같이 치열한 사명감에 입각한 충실한 역사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모든 연구자와 그 연구업적은 존중돼야 한다. 연구는 문헌과 고고학적 유물에 근거한 철저한 실증적 방법론에 입각해야 한다.

연구자를 주류·비주류, 강단·재야, 우파·좌파로 재단하고 학벌배경에 따라 구분해 연구업적을 도식적으로 평가함으로써 그 진정한 성과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학문과 세상을 모욕하는 일이다. 그러한 풍토를 척결하기 위해서 열린 공간에서의 토론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른바 ‘학문권력’은 있을 수 없는 요물이다.

국가는 국사 그중에서도 고대사 연구자를 육성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어느 파벌에 경도되지 않는 균형적인 지원과 인재활용을 실천해야 한다. 역사에 관한 학문적 서술이나 논쟁에 대한 법적 평가는 최대로 자제돼야 한다.

각급 학교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가 균형 있게 서술돼야 하고 가능하다면 타국의 관점도 소개돼, 역사 교육이 폭넓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사 교육은 잘못된 논설로 조상과 자신에 대한 비하의식·열등감·낭패감을 조성하고 그로 인해 주변국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주는 課程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 겨레와 나라의 개별적 번영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의 상호존중과 평화공영을 위해서 한국의 ‘정치적 광복’이 필수적 과업이었던 것처럼 ‘바른 역사와 겨레얼의 광복’도 불가결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역사연구자는 모름지기 역사와 학문 앞에 진실하고 겸허해야 하며 지식인 일반은 무관심과 외면을 벗어나 공부·후원·감시 활동을 열심히 펼쳐야 한다고 본다.
‘자포사학’과 그로 인한 민족해체를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인가.

석희태 편집인/경기대 명예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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