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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사업 5년, 평가 못믿겠다
에이스사업 5년, 평가 못믿겠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7.13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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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평가 우수대학 탈락 충격 … “외부입김 있었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대학 학부교육지원사업으로 각광 받아온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에이스사업)’이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사업에 떨어진 대학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 아니냐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학부교육을 선도해나갈 ‘모델’을 발굴해 세계적인 교육중심대학으로 집중육성한다는 사업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에이스사업 선정 결과’를 둘러싼 목소리다. 2010년과 2011년 에이스사업에 선정된 1, 2기 대학 중 재진입에 실패한 대학에서 가장 큰 한숨이 나왔다. 이들 대학은 지난 4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받아 학부교육의 새 기틀을 다져왔지만, 지원을 받지 않은 대학과 동등하게 벌인 경쟁에서 탈락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사업 1주기가 끝난 이들 22개 대학(2010·2011년 선정)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개 대학이 재진입에 실패했거나 신청서를 내지않았다. 이 대학은 1기 울산대·세명대·신라대 2기 경희대·아주대·충북대·목포대·안동대·한밭대·우송대다. 우송대 등은 이번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에이스사업 연차평가에서 ‘우수대학’에 뽑혔기 때문에 떨어질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차평가는 사업기간 4년 동안 매년 한 차례 실시하고 교육부와 대교협은 우수대학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왔다. 따라서 대학은 이를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심지어 ‘에이스대학’이 아닌 대학과의 경쟁에서 자리를 내주면서 갖가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연차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지 않은 대학이 우수등급을 받은 대학을 밀어내고 선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논란이 된 대학들의 경우 우수등급을 한 차례씩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의심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다. 대학가에 이 같은 불신은 평가를 관장하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연차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대교협은 그러나 오히려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서동석 대교협 평가관리팀장은 “연차평가를 ‘우수·보통·미흡’이라는 등급으로 나누지 않을뿐더러 평가 결과를 어떤 대학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타대학의 평가점수까지 알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 팀장은 또 “연차평가는 종합평가가 아니다”며 선을 그으면서 “만일 격차가 벌어졌다면 정성평가 ‘향후 계획’ 항목에서 차이가 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연차평가 결과에 관한 공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교협이 주장하는대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졌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에이스대학 중 재진입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대학들을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스사업 평가업무를 맡았던 한 인사는 “1기와 2기 에이스대학들은 4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고도 非에이스대학과 경쟁에서 뒤쳐진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들 대학이 수십억원을 허투루 썼거나, 아니면 신규선정된 대학들이 에이스대학보다 더 많은 교육재정을 투입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 지난 2009년 성균관대에서 열린 '학부교육 강화 포럼' 현장 ⓒ최성욱 기자

에이스사업에 ‘정체불명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평가 막바지에 갑자기 끼어드는 대학이 있어 일부에선 이를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바라본다.

사업 첫해인 2010년의 경우 선도대학 10개를 뽑기로 했지만, 사업관리위원회 심사단계에서 갑자기 1개 대학이 추가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평가위원들은 부랴부랴 이 대학을 재심사해 통과시켰다. 당시 한 평가위원은 “이런 일이 이후에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평가위원이 대거 교체되면서 에이스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년여, 이 사업을 해오면서 학부교육의 선도적 모델을 발굴해 세계적인 교육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사업취지가 단순 교육비지원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5년간 총 54개의 에이스대학을 선정했다. 2010년·2011년 선정대학 중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12개 대학의 중복선정 수를 제외해도 42개 대학이 에이스사업에 선정됐다. 전체 4년제 대학 200여 개 가운데 20%를 넘는 대학이 ‘학부교육 선도모델’로 정부의 인증을 받은 셈이다. 42개 대학 가운데 대규모 대학도 40%(17개)에 달한다.

이런 추세 그대로 신규선정이 더 늘어나면 3~4개 대학 중 하나 꼴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될 수도 있다. 에이스사업은 ‘특별할 게 없는 교육비지원사업일 뿐’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방법 써야겠다” 높아가는 불신의 벽

지난 2009년 6차에 걸친 에이스사업 포럼과 더불어 당시 ‘학부교육 강화방안’을 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제안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위, 대통령직속기구)에서도 “학부교육의 선도모델을 발굴해 집중 육성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2009년 11월, 자문위가 에이스사업 관련 대통령 보고를 나흘 앞두고 연 마지막 교육포럼에서도 “기존의 정량적 방식으로 교육역량을 평가해 지원대학을 선정하면 ‘이미 교육을 잘 하고 있는 대학’이나 대규모 대학이 지원금을 나눠가지게 될 게 뻔하다. 연구처럼 교육도 불균형이 가중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처럼 에이스사업만큼은 기존의 각종 정부지원사업이 밟아온 전철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었다.

대학들은 에이스대학을 신규신청한 대학과 함께 경쟁시켜 떨어뜨리는 현행의 평가방식이 사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미 한 차례 선정된 대학이 다시 사업을 신청할 때는 에이스대학끼리 맞붙어 ‘2단계 에이스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평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일부의 대학실무자들은 비교육적인 방법을 고민하며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탈락한 한 대학에서 에이스사업 실무를 맡아온 A씨는 “일부 경쟁대학의 경우 (연차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걸로 아는데 재진입에 성공해서 의아했다”며 “내년엔 우리도 정치적인 방법(?)을 쓸 생각이다.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에이스 사업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은 것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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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 2015-07-20 10:28:24
교육부에 묻고 싶다. 대학교육을 어떻게 운영하려는가? 현장에 있다보니 학교당국에서 해마다 "무슨사업", "무슨평가" 등 끊임이 없다. 잘하기 위해서 많은 사업을, 평가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적어도 장기 플랜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수행하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근래 10-20여 년간 이런 사업 내지 평가로 교수들의 에너지와 교육비의 낭비가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제발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 교육에 임하고 싶어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