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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사업, ‘에이스’ 뽑는 거 맞나
에이스사업, ‘에이스’ 뽑는 거 맞나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7.1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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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교육부는 지난 2010년 ‘잘 가르치는 대학’을 발굴해 학부교육의 선도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에이스사업)’을 시작했다. 에이스사업은 전공에 매몰돼 왔던 학부교육에 기초교양교육을 대폭 확대하면서 연구에서 교육으로 시선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는 슬로건으로 각 권역별로 특정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중심대학으로 키운다는 ‘선도모델’은 대학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일러스트 돈기성

에이스사업의 명칭과 예산도 정해지지 않았던 2009년, 6차에 걸쳐 진행된 포럼에서 교육부와 대학이 한목소리를 냈던 게 “기존 사업처럼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실있는 교육을 하고 있거나 ‘연구’를 상당부분 포기하면서까지도 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할 의지가 있는 대학을 집중지원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목소리였다.

이를 반영하듯 2010년, 첫 번째 선도모델로 선정된 11개 대학의 명단은 여느 사업과 확실히 달랐다.

기존 정부의 각종 대학지원사업이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에 초점을 맞춘 탓에 새로운 얼굴들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면, ‘에이스 1기생들’의 면면은 확연히 달랐다.

건양대·세명대·울산대·한동대 등 취업중심 혹은 특성화교육을 표방하던 군소지역사립대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시 1기생들의 명단을 받아 본 일부 대학에서는 “에이스사업은 예측불허에 랜덤(무작위)이냐”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에이스사업은 기존의 ‘나눠먹기식’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들 11개 대학이 연간 약 30억원 전후의 지원금을 받으며 사업기간 4년을 채운 지난해부터 이 원칙이 서서히 무너지는 조짐이 감지됐다. 지표개선 효과가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평가와 연동되고 지원금을 비롯, 대학홍보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보니 대학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부터 에이스사업을 주도해 온 한 인사는 “에이스사업은 다른 지원사업에 비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대학들이 총력을 쏟는 이유는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정부의 인증 즉 브랜드 가치가 연간 20억원을 뛰어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2단계 에이스사업을 이어가려는 1기생들이 사업에 뛰어든 첫 해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10년 ‘1기 재수생’ 6개 대학과 2011년에 선정된 11개 대학이 뛰어들었다. 2010년 선정대학 가운데 서울시립대와 한동대 두 곳은 올해 재진입에 성공했고, 나머지 3개 대학은 고배를 마셨다. 내년 사업에 재도전해야 하는 처지로 밀려났다.

2011년에 선정된 11개 대학 중 서강대·계명대·전북대 등 5개 대학만 재진입 했고, 나머지 6개 대학은 떨어졌다. 우송대는 대학특성화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번 에이스 재진입 신청을 하지 않았다. 모든 대학이 예외없이 지원한다면 내년도 에이스사업은 △2010년 삼수생(울산대·세명대·신라대) △2011년 재수생(경희대·아주대·충북대·목포대·안동대·한밭대)에 2012년 선정대학인 한양대·영남대·금오공대가 다함께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4년간 총 100억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으며 학부교육을 탄탄히 다져온 12개 대학이 뛰어드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신규진입을 노리는 대학들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잘 가르치는 대학’ ‘학부교육의 중심’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던 대학들이 이 타이틀을 다시 따내려고 재수·삼수를 결행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사업이 끊기자 교비로 충당하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연차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대학은 당연히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평가기관인 대교협 측은 에이스사업의 주요 평가관리 척도인 연차평가 결과가 재진입 평가에서 그리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비상식적인 이유를 대면서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해명은 평가공정성에 관한 의혹만 키울 뿐이다.

에이스사업도 5년이 지났다. 여느 정부지원사업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게다가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잘 가르치는 대학’이 20%를 넘는데다 신규 인증을 받는 대학은 점점 늘고 있다. 수험생과 학생·학부모들이 이런 상황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부교육의 선도모델을 찾겠다고 야심차게 출발한 에이스사업은 과연 세계적인 교육중심대학을 몇 개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에이스사업이 대학에 교육비나 지원하는 ‘베이스사업’(base, 교육기반 지원)이 되지 않으려면 평가체계, 선정대학 관리 방안 등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게 많아 보인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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