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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아니라 ‘지식기사’ … 80%가 “위상낮아져”
‘지식인’ 아니라 ‘지식기사’ … 80%가 “위상낮아져”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5.04.16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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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3주년 설문조사_ 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교수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음을 절감하는 교수가 급증했다. 대학교수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고착되고 있다.

<교수신문>이 창간 23주년을 맞아 ‘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이메일 설문조사에 전국 4년제 대학의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 785명이 응했다. <교수신문>은 2013년에도 같은 주제와 문항으로 교수사회의 정체성을 진단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 있다.

대학교수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자기 인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무려 80.2%다. 2013년 조사(68.4%)보다 11.8%포인트 늘었다. 특히 ‘매우 낮아지고 있다’는 강한 부정이 8.0%에서 15.2%로 뛰었다. 수도권(75.0%)보다 비수도권 대학 교수(83.4%)가 부정적 인식이 더 강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수들은 “대학은 직업인 양성소로 가고 있고, 교수는 지식인이 아닌 지식기사가 돼 가고 있다”, “학자나 지식인이 아닌 연구지표 올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교수가 아니라 학생모집을 위한 도구나 대학산업체의 일꾼으로서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수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늘어나고, 교수를 교육자가 아닌 하나의 직업으로 취급받는 사회구조를 지목한 교수도 있었다. “대학과 지식인의 사명을 포기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는 자기비판도 나왔다.

스스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굳어지고 있다. 대학교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가? 49.8%가 ‘아니다’라고 했다. 2013년 42.8%에서 7% 포인트 늘었다. ‘낙관적’으로 보는 비율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23.4%가 대학교수의 미래 전망을 낙관적이라 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3.7%만 그랬다. 역시 수도권(42.8%)보다 비수도권 대학 교수(54.3%)가 더 부정적이었다. 정교수는 48.0%가 대학교수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조교수는 그 비율이 56.4%나 됐다.

학생 수 감소로 촉발된 대학 구조조정에서 이유를 찾는 교수가 많았다. 한 교수는 “대학평가에 따른 강제적 구조조정과 이를 대비하는 대학의 대책이 교육, 연구 등 교수의 본질적 업무보다 취업률, 충원율 등 지표관리 업무로 내몰고 있다. 그나마 교수 자리도 축소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수는 “정부의 잘못된 구조개혁 정책으로 대학 구성원의 굴욕감이 증가하고 실질임금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인은 시대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직업(밥벌이)으로만 생각하는 추세가 확연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그렇지만 74.9%는 다시 직업을 선택해도 대학교수가 되기를 원했다. “좋아하는 학문을 할 수 있고, 사심 없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대학환경이 있기 때문에….” 한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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