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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순수 연구의 허와 실
실용과 순수 연구의 허와 실
  • 양희선 전남대 박사과정
  • 승인 2015.03.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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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양희선 전남대 박사과정

아카사키 이사무, 나카무라 슈지, 아마노 히로시. LED를 개발한 세 명의 교수는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이로써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총 22명이 됐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수도 모두 10명이 됐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2000년 노벨평화상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 수준이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래 국내외 유명 저널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저자들의 논문이 많이 게재되고 있고,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일본과 우리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전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래 4년여 동안 연구했던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지도교수이신 임영준 교수님이 전남대에 부임하신 2010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작됐다. 교수님이 구조 생화학 실험실을 직접 만들고 연구를 시작한 이후로 5년여 동안 쏟은 시간과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2012년부터 연구를 마치기까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결과와 실패로 인해 반복되는 실험들로 매 학기마다 학위를 포기하고 싶었다. 논문을 투고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추가 실험과 이를 진행하는 동안 맞닥뜨렸던 시행착오, 시간과의 싸움이란 또 어땠는지. 그때마다 포기하지 마라, 할 수 있다 격려해 주시며 지도해준 교수님과 많은 도움을 준 실험실동료들 덕분에 끝까지 견딜 수 있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교수님이 2004년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에 있던 당시 읽었던 논문 한 줄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교수님에게는 장장 10년여 동안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LED 개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마노 히로시 교수는 스승인 아카사키 교수와 함께 198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청색 LED 개발 이후 여러 후속연구와 상용화를 거쳐 지금처럼 대중적인 조명으로 쓰이기까지 약 30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만약 그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어느 대학의 교수였다면 LED 개발과 실용화가 가능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연구는 결과의 실용성이 요구되고 있고, 그 정도가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궁극적으로 연구 결과의 실용화를 통한 이익창출에 그 목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1, 2년 만에 결과를 요구하는 단기적 관점에서의 실용성 추구에 있다. 그러니 장기적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요구되는 기초과학의 수요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이 점차 희미해지는 가운데 교수 개인이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연구비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매년 많은 강의료를 주고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열고 있다. 우리의 질문에 그들은 언제나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초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수성과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 선택한 연구에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노벨상 수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경쟁력 있는 연구에 국가가 30여 년 동안 꾸준히 지원한 결과를 보라. LED 개발 성공에 따른 국가 경쟁력 향상과 세계적 수익, 노벨상은 단순히 인류발전 공헌에 대한 공로상일 뿐이다. 아무리 좋고 옳은 말을 들어서 알고 있다 해도 거기서 그치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의 중심에 한국연구재단이 있기를 바래본다.


양희선 전남대 박사과정

전남대 대학원 약학과 구조 생화학 연구실에서 병원성 곰팡이류의 약물내성 기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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