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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하자
청년들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하자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5.03.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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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우리 대학생들이 점차 도서관과 책을 멀리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1인당 연평균 대출도서는 7.8권으로 집계돼 2011년 10.3권을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내리막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서관 대출 정보가 곧바로 대학생의 독서현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대학생이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대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대학생 10명 가운데 4명은 도서관에서 일 년 내내 한 권의 책도 빌리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 청년 학생들이 도서관과 책을 점차 멀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취업이 중시되면서 스펙 쌓기와 상대적으로 관련이 적은 활동을 줄이는 것이 도서 대출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청년층에서 스마트 기기의 사용시간이 증가하거나 전자자료의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나라에서 대학 도서관이 도서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취업 준비를 위한 거대한 독서실로 바뀐지는 이미 오래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된 근본 원인으로 청년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이 험악한 시대 상황과 이에 적응하기 위해 독서보다 다른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청년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학생들이 책을 점차 멀리하게 된 현실의 이면에는 취업을 대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절대 목표인양 강조하는 교육정책과 이에 호들갑 떠는 개별 대학들의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정부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을 절대지표로 내세우면서 대학을 줄 세우기하고 있으며 교육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취업을 무한 강조하면서 대학의 다른 값진 의무와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다. 물론 취업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정책적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의 교육정책은 이와 관련하여 크게 지나친 감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긴 안목에서 당장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물론 청년 학생들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하려는 대학들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을 전후해 여러 대학에서 고전 독서, 명저 읽기, 교양 100선 등 다양한 이름으로 책 읽기를 강조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생들이 인류 사회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만나고 인문적 교양을 습득하면서 인간과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로부터 수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대학들의 각고의 노력이 일부 성과를 나타내고 있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이런 노력들이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러 통계에서 나타나듯 학생들의 독서량이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국가의 고등교육정책이나 대학당국의 재정 지원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대학평가에서 도서관 관련 지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반값등록금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교육정책은 대학당국으로 하여금 긴축재정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도서관과 장서에 대한 대학의 재정 지원은 쉽게 긴축 대상이 되고 있다.

청년 학생들이 긴 안목에서 문명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여유를 되찾아줘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 학생들이 문학, 철학, 역사에 대한 고민을 낭비나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특별한 정책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이런 변화를 더 빨리 수용하는 청년학생들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에 매몰되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청년 학생들이 삶에 대한 주체적 고민을 하면서 지적 성장을 이뤄갈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고등교육정책과 대학의 재정 지원을 기대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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