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안연’편에는 자공과 공자의 문답이 나온다.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하는 방법을 물었고 공자는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해 주고, 국방을 튼튼히 하며, 사람들이 믿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자공은 ‘어쩔 수 없어서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리시겠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국방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자공이 다시 ‘어쩔 수 없어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 무엇을 버리시겠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주저 없이 ‘먹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옛부터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모두 죽는 법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사회가 설 수 없다’고 했다.
공자는 사람 사이의 믿음이 경제보다도 국방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고 국방이 무너지면 민족이나 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데도 공자는 그런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믿음을 더 중요시했던 것이다. 사실 돈이 아무리 많은 집이라도 가족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불화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구성원 사이에 믿음이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지금 철새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태는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에서 그 축을 이루는 부부 사이에 믿음이 없어서 동반자가 병이 들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련 없이 새 상대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나 다를 것이 없다.
믿음이 클수록 그 믿음이 깨졌을 때 찾아오는 실망도 크다. 하지만 긴 안목을 갖지 못하고 순간의 이득을 쫓아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어찌 어제오늘만의 일이겠는가. 그래서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엔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들이 너무 많다. 반짝인다고 해서 다 금이 아닌데도 번지르르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잘못을 범하기 쉬운 것이 우리이다. 차라리 알맹이와 쭉정이가 분명히 드러난다면 국민의 선택은 더 쉬워지지 않겠는가.
김교빈/편집기획위원·호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