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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한국 프로 스포츠 小考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한국 프로 스포츠 小考
  • 박경호 제주대 학술연구교수·스포츠문화사
  • 승인 2015.01.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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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제주대 학술연구교수·스포츠문화사
1982년 3월 27일은 우리나라가 프로 스포츠의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프로야구 개막을 시작으로 프로축구, 프로씨름이 출범하면서 한국 스포츠에도 ‘Professionalism’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당시 ‘3S 정책이다’, ‘정권의 계략이다’ 등의 비판이 존재했음에도 프로 스포츠의 출범이 한국 스포츠 역사의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가 주도로 프로 스포츠가 출범한 이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 프로 스포츠의 모습은 어떠한가. 다양한 종목에서 새로운 팀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고, 프로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잃은 종목도 존재하며 승부조작이나 병역비리, 성폭력, 구타사건 등에 의해 얼룩진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프로 스포츠의 成敗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연고제의 정착은 아직까지도 가시적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프로 스포츠가 과연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모습만을 표출해 왔는가를 반문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한국 프로 스포츠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프로야구는 2011년 이후 연간 600만~700만 명 이상의 관중시대를 고수하고 있고, 우리가 ‘신화’였다고 회자하는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또한 20여 년간 한국 프로축구가 잉태해 낸 유산의 일부분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우리보다 성숙된 스포츠 문화를 갖고 있는 서구의 프로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그 발달된 인프라와 시장가치 등에서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우리 프로 스포츠가 내재하고 있는 오래된 물음인 ‘왜 한국의 프로 스포츠에는 지역연고제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역사적인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질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이나 스포츠사회학 등 다양한 연관 분야에서 이와 관련된 주제의 연구들이 수행됐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에 ‘스포츠의 역사 속에서 그와 관련된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유럽의 프로 축구를 중심으로, 관련된 역사와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연구 주제이기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연구를 진행할수록 점점 확신이 드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프로 스포츠를 바라보며 느끼는 우려들에 대해 ‘그들도 그때는 그랬었다(They were also almost the same at that time)’는 역사의 흔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프로축구에서도 목격되듯이 그들도 사회의 변화과정에 따라 스포츠문화 또한 큰 변화와 변용을 거듭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예컨대 영국의 프로축구도 지금과 같은 지역연고제가 완성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스페인의 프로축구는 내전과 관련된 정치적, 민족적 분쟁의 요소가 포함돼 있었고, 독일의 프로축구는 게르만의 순혈주의나 백인 우월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의 스포츠 문화가 대부분 서구에서 도입된 것이기에 그들의 현재 수준을 바라보며 우리 프로 스포츠의 현실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때로는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30여 년에 불과한 우리의 프로스포츠를 서구의 스포츠와 비교해 그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십 년 이상 더 발달된 역사를 가진 서구의 프로 스포츠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해가며 오늘날과 같은 스포츠 문화를 완성해 가고 있다. 물론 짧은 역사에 비해 놀랄만한 성장을 거듭해가는 한국의 프로 스포츠에 대해 대외적 비판이나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성숙된 프로 스포츠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분명히 동반돼야 할 것이지만, 이제 而立의 수준에 불과한 한국 프로스포츠를 바라보며 白壽의 성숙함을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프로 스포츠는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는 미래의 해법을 제시해 주지는 못할 수 있지만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무형의 바로미터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스포츠의 역사에 빗대어 볼 때 한국의 프로 스포츠가 적당한 시련과 환희 속에서 꾸준히 성숙해 가고 있다는 측면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국 물줄기가 아무리 휘몰아쳐도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인 것처럼, 진화를 위한 끊임없는 성찰이 동반된다면 우리의 프로 스포츠 또한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국민들의 기대와 열정에 걸맞는 성숙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경호 제주대 학술연구교수·스포츠문화사
충북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유럽 축구 클럽의 지역연고주의 형성과정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이라는 연구주제로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사업에 선정돼 제주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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