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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사회
관용과 자기 성찰이 필요한 사회
  • 교수신문
  • 승인 2015.01.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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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네 인생은 개인이 혼자서는 온전하게 잘 살아갈 수 없다.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삶이 사회적으로 분화되고 잘 조직된 생산과 유통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비롯한 정서적, 정신적 삶 역시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유사 이래 인간의 삶이 사회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 왔으나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 간의 상호의존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삶이 온전히 개인적이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고 더불어 공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의존의 양상 역시 무척 복잡하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여러 곤란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종종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면서 의도치 않은 커다란 소란이나 사건들이 일어나곤 한다.

우리 주변에서 마주하는 별처럼 많은 사람들 모두 그 지위나 처한 상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살펴보면 어느 한 사람 다른 누구에 비해 의미가 작은 삶은 없다. 타인이 보기에는 비록 하찮은 개인이라 할지라도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와 동기를 가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이 인식하지 않더라도 나의 삶이 굳건하게 계속되는 것처럼 내가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삶은 굳건한 독립적 의미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이 사회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단순히 서로 조우한다는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늘어나면서 우리의 삶이 조화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 규범과 질서가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들 간의 상호의존성이 커질수록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의식적 노력이 더욱 필요해진다.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상호 의존성이 큰 사회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타인의 존재와 그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입장과 시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사람마다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 동기나 결과 역시 반드시 나와 같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행동 결과가 모두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생각과 기준을 고집하면서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고 비판하기보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지위와 입장이 다양하고 상호의존성이 큰 사회일수록 타인의 입장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 삶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하게 배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내가 먼저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공감한다면 상대방도 나의 삶을 존중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크게 줄어들고 사회도 훨씬 원만하게 변할 것이다.

우리 사회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회일수록 높은 수준의 사회적 유대와 새로운 차원의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인간의 사회적 삶에서 도덕과 규범은 전통사회 못지않게 현대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돼야 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더 많은 자원과 조직을 갖고 있으며 행위의 결과가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높은 수준의 도덕과 큰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압축적인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해온 우리 사회에서 최근 여러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타인의 삶이 가진 주체적 의미를 인정하고 행동과 사고의 차이를 관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성찰하는 노력이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우리 모두 자신을 비춰보는 내면의 거울이 필요한 시대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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