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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나는 왜,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14.1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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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구지선 동국대 외래강사·법학

학부생 시절 법철학 강의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모든 수강생들이 동그랗게 책상을 둘러놓고 앉아 서로의‘꿈’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지만 경제적 상황이나 취직 대신 긴 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런 고민이 크다면 진정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그 순간 대학원 진학과 관련된 모든 고민을 내려 놓았지만, 석사학위를 받고 더 나아가 박사학위를 받으면 조금은 사라지게 될 줄 알았던 고민은 예전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과거의 고민이 매주 돌아오는 수업에서 발제할 글이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아서 또는 미래가 막연하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빨리 더 많은, 더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걱정이 더 크다. 아직까지 박사학위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러워지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식이 얇다는 생각 때문에 초조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내가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지는 뚜렷해지기보다 점점 흐려지고 있는 느낌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하게 되며, 닥친 과제의 답을 찾는 데만 급급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똥 하나하나를 매번, 매 순간 꺼 나가면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첫 이유를 어느새 잊어버린 것 같다.

학생들에게 너의‘꿈’이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첫 학기에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고 꿈이 없다는 친구들이 안타까웠다. 두 번째, 세 번째 학기에는 취업을 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꿈이라는 친구들에게 그건 꿈이 아니라고 답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던 첫 이유를 잊고, 이십대의 젊은이들이 꿈을 사치라고 여기는 현실을 고민하지 못했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외적 성장에만 몰두해 왔다.

나의 첫 이유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Jacob Burkhardt)의 저서인『세계사적 고찰』안에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 하나의 제한된 영역에서만 대가, 즉 전문가가 될 수 있을 뿐이며, 어느 한 영역에서는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가능한 많은 다른 분야와 관련해서 적어도 자신의 힘으로 지식을 넓히고 관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애호가 수준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전문성을 뛰어넘는 다른 분야에서는 무지한 인간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조잡한 인간에 머무르고 만다. 이에 반해 다른 분야에 대한 애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학자라면 그가 품고 있는 대상에 대한 애정 때문에, 아마도 살아가면서 다른 여러분야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제대로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에 부족한 글을 실으면서, 나의 현재를 반성하고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왜,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다시’묻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구지선 동국대 외래강사·법학
동국대에서 행정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에너지법과 환경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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