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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으로 바라본 대학사회
시의원으로 바라본 대학사회
  • 교수신문
  • 승인 2014.12.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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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 정현주 경주대·교육학

최근 매스컴을 통해 일부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했다거나 연구비를 착복했다는 소식으로 교수사회의 윤리성이 지적되곤 한다. 그러나 본인의 경험으로는 교수가 권력형 사회 폭력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먼 나라 소식으로만 보인다. 소위‘지잡대’의 존폐 위기 앞에서 신입생 충원율에 따라 월급과 고용관계가 저울질되기도 한다.

부당한 처분으로 법정에 섰을 때는 사회 기득권층으로, 노동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받기도 한다. 대학교수의 위상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시점이다. 지방 사립대 여교수로서 바라보던 대학과 현재 시의원으로 바라보는 대학의 모습은 다소 거리가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기대로 교수의 위상에 대해 재고해 보고자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입학자 충원율, 즉 당해 연도 입학정원 대비 정원 내 입학자 비율은 2000년 99.9%에서 2014년 92.5%로 7.4%P 감소했으며, 정원 내 입학자 수는 81만9천779명에서 71만8천581명으로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신입생 급감 원인은 출생률 저하만이 아니다. 고객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으로, 특히 지역 내 대학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다. 지방에 거주하지만 재정 능력이 되는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이나 최소한 지역 내 대학이 아니라 타 지역, 대도시의 대학을 지원한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이들도 지역 내 대학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은 상실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 사립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교수는 무엇보다 대학의 존립을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지역사회의 실상은 간과하게 된다.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학자금 대출로 재정력이 충분하지 않은 재학생들의 빚은 매년 늘어간다. 월급을 각출해서 장학금 명목으로 전달해 고통을 분담한다 해도 반값등록금에 동조할 엄두는 내지 못한다. 20년 정년 후 연금이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로 교수들은 상황적 굴욕감을 기꺼이 감내하고자 한다.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7월부터 만 5개월간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는 지역의 성장을 위한 대학사회로 시각을 전환해 보게 된다. 앞서 인용한 교육통계를 학제별로 살펴보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산업대학의 형편은 사뭇 다르다. 입학자 수를 보면 일반대학은 32만1천399명에서 33만3천675명으로 증가한 반면, 산업대학은 3만3천240명에서 2천787명으로, 그리고 전문대학은 31만8천135명에서 18만8천8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재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인근에 위치한 상가 점포들의 개업과 폐업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역대학의 몰락은 가장 먼저 지역사회의 경제적 침체를 동반하는 듯하다.

학습의 중요성이 배가된 현대사회에서 일반대학의 입학정원을 높이는 정부 정책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책 결정에 앞서 지역사회의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문화·관광, 농·축산업, 제조업 등 지역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은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대학과 산업대학 졸업생들로 충족될 수 있다. 일반대학과 대학원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면 수도권 내 경쟁적인 대학의 졸업생들부터 선호된다. 더 이상 지역 내 대학이 그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을 위해서는 지역 내 청년과 산업의 성장을 위한‘실제적인 지역 대학’이 필요하다. 학업을 위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정부 주도형 전문(산업)대학이 현실적인 대안일수 있다. 대학의 위상이 정립된다면 교수의 위상에 대한 혼란도 줄어들지 않을까. 제도적으로 시의원이 지역대학의 위상 정립에 관여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지역사회에 필요한 대학의 모습은 기꺼이 정립해 나가고자 한다.

□필자는 2011년 1월‘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직위해제 및 정직 처분’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효판결을 받았지만 다시 지난해 12월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6월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정현주 경주대·교육학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에서 박사를 했다. 경주대 관광중국어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경주시의회 의원(비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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