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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민족주의 유감
스포츠 민족주의 유감
  • 신광영/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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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38억 아시아인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아시안 게임이 부산에서 한창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부산에서 모여 힘과 기를 겨루고 있다. 축제인 만큼 각 나라의 전통적인 스포츠가 경기종목으로 채택돼 경쟁보다는 축제의 의미를 크게 하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매체에 의해서 중계되거나 전해지는 소식은 모두 한국과 관련된 스포츠 경기들이다. 도대체 다른 나라들의 경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쇼비니즘적인 매체의 태도가 지면과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동구의 권위주의 정권들이나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들이 국력을 자랑하기 위해 국가가 선수를 관리하면서 군대식으로 훈련시키는 국가 스포츠가 발달했다. 그리고 그러한 정권의 목표에 맞추어 언론도 권위주의 정권을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스포츠를 정권적인 차원에서 이용했던 것이다. 소위 스포츠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에 민족주의를 결합시켜 경쟁적인 더 나아가 전투적인 속성을 삽입했다.

그 결과 오직 금메달을 따는 것이 선수 개인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정권의 목표가 됐고, 나중에서는 스포츠 민족주의에 물든 국민의 염원이 됐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금메달 지상주의는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서 주도된 스포츠 민족주의의 산물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민주화 투쟁으로 무너진지도 제법 됐지만, 아직도 권위주의 정권에서 형성된 관행은 언론 매체의 보도와 국민들의 의식 속에 유지되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관습과 관행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아시안 게임 보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도 한국의 경기 결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아시아인의 평화와 연대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형성된 편협한 의식과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 아시안 게임에 참여한 38개 나라들 가운데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는 나라들도 많다. 이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아시안 게임은 의미를 지닌다. 메달을 따는 소수의 나라들만 모여서 메달 경쟁을 한다면, 그 게임은 더 이상 아시안 게임이 될 수 없다. 그야말로 한국이 편협한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의 축제를 주관하는 주인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시아의 다른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대중 매체에서 찾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 스포츠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아시안 게임이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전장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신광영/편집기획위원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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