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4:50 (일)
교수직 미래전망 먹구름
교수직 미래전망 먹구름
  • 조성남 논설위원/이화여대·사회학
  • 승인 2014.12.01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 조성남 논설위원/이화여대·사회학

▲ 조성남 논설위원
“교수가 되면 우선 하고 싶은 공부를 실컷 하며, 학생들과 더불어 열띤 토론을 하고, 주말에는 연극을 보거나 영화를 보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멋있을 것 같아요”라며 가까이 연구실을 드나들던 학생이 두 달도 채 안된 어느 날, “선생님, 교수의 삶이 이런 줄 미처 몰랐네요, 가까이서 교수로서의 선생님 생활을 보니 저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어야겠어요”하고 떠나갔다.

냉기가 스산한 일요일 밤 10시도 넘은 늦은 시간 연구실에서 과자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친정에 맡긴 아들은 언제 데리러 올 건지 연신 전화를 해 대고, 딸은 울다 지쳐 이미 잠들었다는데 아직은 집에 갈수 없다고 속상해 눈시울을 적시는 여교수. 교수가 된 이후 아이들이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된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주말에도 아이들과 지내본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간 연구에 전념하고, 보직에 충실하며, 학교 일에 헌신하고, 학회활동도 열심히 하며 살아왔던 그다.

그러나 점점 요구하는 논문 편수는 늘어나고, 교수에 대한 평가점수도 낮아지고……. 반면 다른 사람과는 어울려 식사 한 번 하지 않고도, 학생지도나 학과 일은 전혀 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 연구비를 땄다고 ‘프로젝트 연구실’에다 다른 행정 잡무로부터‘면제’받으면서 대우를 받는 이상한 기준은 대학에만 있는 것인가요? 가정도 가족도 포기하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한 代價가 고작 우울증에다‘아이들이 포기한 엄마’가 되는 것인가요? 그의 하소연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2013년 <교수신문> 창간 21주년 기념 특집‘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시사적이다. 교수들의 자의식, 미래전망 등을 설문조사한 기획인데, 여기서 교수들은 대학교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보다(23.4%)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더 높았다(38.3%).

이런 반응은 교수 직급이나 나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특히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들이 더 이상 ‘교수직’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더 강했고 교수직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교수의 자존감도 상실된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심지어 57.9%는‘대학은 죽었다’고 비판했다. 과연 지금은 어떨까? 주변을 돌아보면 교수직의 미래에 대한 전망,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간다.

시장논리에 따라,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따라 휘둘리는 작금의 대학 현실은 대학 정체성의 혼란과 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고, 급기야는‘대학은 죽었다’는 비판에 이르게 됐다. 대학운영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으며, 교수의 평가도 낮아지고, 교육과 연구여건이 악화되면 교수 자율성의 침해와 자존감의 상실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이는 대학사회의 윤리와 사명감의 결여와 함께, 교수로서의 자부심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식게 하고, 결국은 대학교수들의 시선을 아카데미가 아닌 곳, 비학문적인 데로 더욱 쏠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연구와 교육활동이 존중받는다면 여전히 대학교수의 신분은 예전의 존경의 대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교수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주말을 포기하고, 가정을 포기하고, 심지어‘아이들이 포기한 엄마교수’가 돼 끊임없이 논문 마감일과 업적평가, 졸업생취업 문제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주말 밤늦은 연구실로 어깨가 축 처져 돌아가는 교수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그런 희망과 기대의 끈이 매우 불안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성남 논설위원/이화여대·사회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