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9:00 (금)
수도권 대학과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학과 탄생할 수 있을까
수도권 대학과 견줄만한 경쟁력 있는 학과 탄생할 수 있을까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4.11.17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단_ 지방대 특성화 사업의 가능성
▲ 전북대는 6개 사업단이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교육부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사진=전북대 홍보팀 제공)

동명대는 지난 14일까지 ‘글로벌융합Frontier프로그램’ 참여 희망자를 받았다. 30명을 선발해 오는 12월 21~24일까지 중국 상하이 해사대(海事大) 등 IT관련 기업체 등지를 탐방하는데 항공비, 숙식비, 교통비를 동명대에서 지원한다. 이 같은 혜택은 지난 6월 교육부의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명대는 모두 7개 사업단이 선정돼 정부로부터 49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번에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ICT항만물류융합사업단’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특성화 학과로 대학 이미지 상승 ‘기대’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지방대의 우수한 학과를 선발, 육성해 수도권 대학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춘 학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이 지방대의 돌파구가 되고 있을까.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학 전체를 놓고 경쟁하는 건 어렵지만, 개별 학과로 경쟁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사업단이 선정된 대학들은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7개 사업단을 지원해 100% 선정된 건양대는 학과 60%가 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전반적인 대학의 경쟁력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정영길 행정부총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과 등 의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전문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창의융합대를 만들어 인문, 경상, 디자인, 공학을 연계해 학과별 상호장점을 엮고자 한다. 대학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대도 지난 6월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 발표에 활짝 웃었다. 9개 사업단 43개 학과가 선정돼 70억원의 지원액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전체 108개 대학 중 가장 좋은 성과였다. 사업 선정 후 충남대는 융복합 교육체계 구축과 강의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 등 교육여건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충남대는 특성화 사업을 기반으로 지역산업에 필요한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핵심 대학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은 “장학금, 시설지원, 교육과정 변화 등으로 어느날 갑자기 명성을 얻을 순 없지만, 지속적인 지방대 지원이 이뤄진다면 수도권 대학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는 우수 학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특성화 사업은 대학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은영 원광대 대외협력처장은“특성화 사업을 비롯한 정부사업에 선정돼 여러 유익한 프로그램을 추진해 산학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질적인 혜택은 학생들이 받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홍보효과가 크다. 이는 학교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정부의 주도 하에 지원이 이뤄지기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방대 80개 대학 265개 사업단을 특성화 사업으로 선정했지만 여기서 갈등은 시작됐다. 대학이 주력하고자 하는 핵심 분야가 특성화 학과로 선정되지 못하는 모순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각 대학은 대학이념과 철학에 따라서 육성하고픈 분야가 다르다. 그런 점들이 고려되지 못하고 정부가 지정해 준 사업단으로 특성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A학과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대학이 경쟁에서 밀려 특성화 사업에 탈락하고 인문사회 분야와 같은 보호학문의 소형 사업만 선정된 대학도 있었다.

실제로 동아대는 특성화로 내세웠던 공대와 경영대학이 선정에서 탈락하고, 인문대학 2개 사업단, 화학과 생명 분야에서 각 1개 사업단이 특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박넝쿨 기획과 팀장은 “그동안 소외됐던 인문계열이 지원을 받게 돼 해당학과는 활기를 띄고 있지만 대학 본부에서 주력했던 사업단이 탈락하면서 대학 전체적인 파급효과는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비록 특성화 사업에는 떨어졌지만 핵심 분야로 키울 학과에는 교비를 투입해서라도 우수한 학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동의대는 8개 사업단 중 1개의 사업단만 선정됐다.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대학 측은 난감한 기색을 풍겼다. 민병현 기획처장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며 특성화 사업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학들은 사업 선정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교육부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업단 수와 사업형태에 따라 지원액의 빈부격차도 생겼다. 이번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서 가장 많은 사업단을 확보한 충남대는 9개 사업단이 선정돼 최대 70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지만, 국고지원으로 1개 사업단이 선정된 한라대, 경남과학기술대 등은 지원금 3억원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국립대와 사립대의 지원 규모 차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 중 지역선도대학 10곳을 선정했는데, 영남대를 제외한 9곳이 모두 국립대였다. 이러다보니 국립대를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을 사립대가 나눠먹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영 경남대 정책기획팀장은 “국고사업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가 대다수 가져간다. 이번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서도 상당수의 사립대가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고, 그만큼 지원금도 미미하다. 그것으로 얼마나 경쟁력있는 우수학과를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핵심 분야와 어긋나 … 보완 필요
교육부는 당초 특성화 사업에 지방대 70곳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10곳을 추가 선정했다. 지원대학 수는 늘어났지만 돈을 조각조각 나눠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선 여러 사업단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고, 지원금은 대학이 사업단의 성격에 맞게 작성해 제출한 것을 토대로 배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재학생 기준에 따른 대학규모와 사업단수에 따라 신청가능액을 지정하고 있다. 그 범위 내에서 예산을 계획하는 대학 입장에선 미흡한 점을 느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년 뒤인 2016년 단계평가에서 특성화 사업에 새롭게 진입하기 위해 대학 자체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성화 사업의 취지대로 경쟁력을 갖춘 학과와 대학의 전체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에 보완이 필요하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지표와 순위로만 특성화를 선정해 대학의 건학이념, 역사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에 맞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려면 대학이 주력하고자 하는 분야를 살려야 하고, 특성화 사업 선정방법과 평가 방법에 대학이 핵심으로 내세운 분야와 학과가 무엇인지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박순진 기획처장은 “대학이 육성하고픈 핵심 분야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특성화 사업”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사업으로 지방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반짝 지원금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박넝쿨 동아대 기획팀장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아니고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도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10~20년동안 지속적으로 유지, 지원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