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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연구자로 가는 길의 초입에서
독립된 연구자로 가는 길의 초입에서
  • 교수신문
  • 승인 2014.11.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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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홍승우 하버드대 화학과 박사후연구원

프랑스 화학석사라는, 남들과는 다른 커리큘럼을 갖고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박사후 연구원 생활까지 정신없이 달려오고 있다. 그 동안 너무 운 좋게 서강대 신운섭 교수님, 이화여대 남원우 교수님, 오사카대 후쿠즈미 교수님, 존스홉킨스대 칼린 교수님, UCLA의 밸런타인 교수님과 같이 한 분야에 정통하신 분들과 함께 연구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좋은 결과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운구기일’이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려서일까? 박사과정 때부터 몸담은 연구 분야에 큰 흥미를 느꼈고, 학생들과 같이 배워나가는 과정을 즐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수와 같은 연구자의 길을 고려하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TV에 나올 때마다 나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이렇듯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박사과정 때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지만, 박사후 연구원이 된 지금은 박사과정 동안 필자는 온실 속의 화초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국에 나오니 무한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고, 현실이 녹록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젊고 연구성과도 훌륭한 박사후 연구원들이 즐비하고 이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갖고 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는 어디로 임용됐고, 누구는 떨어졌고 하는 얘기가 들려올 때면 조바심과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규직 연구자가 돼 안정된 자리를 잡기 위해서 논문 실적에 점점 연연하게 되고, SCI급 논문, 논문의 임팩트 팩트(IF)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연구자의 길을 걷기보다는 연구자로 살아남는 법을 더 많이 터득해 나아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학문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의식도 가진다. 논문 실적이 한 연구자의 지식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근접한 바로미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이른바 논문이 잘 나오고, 돈이 되는 분야에 연구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에서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 첫발을 내딛은 기분이다. 아직 미천한 타지생활이지만 한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면, 독립된 연구자가 되는 것은 다른 모든 일도 그렇겠지만 스스로를 제어하고 극복하는 생활의 끝없는 연속인 것 같다. 어제 실험이 잘 됐다고 일희하고 오늘 실험이 안 된다고 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모름과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물론 아직 실험이 잘 안 풀리고 있는 필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정신줄 놓지 않고 스스로의 멘탈을 잘 챙기는 것이 연구자로서 롱런 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에 싣게 될 원고를 부탁받고 쭉 써내려가다 보니 결국은 필자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 돼 버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독립된 연구자가 될 것이라는 긍정의 믿음만은 확고하다.

 

홍승우 하버드대 화학과 박사후연구원

서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생무기화학으로, 생체모방효소를 이용한 중간체의 특성 분석과 반응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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