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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평가를 위한 다섯가지 제언
대학원 평가를 위한 다섯가지 제언
  • 채재은 가천대·대학평가처장
  • 승인 2014.11.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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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채재은 가천대 대학평가처장

채재은 가천대 대학평가처장
최근 발표된 『2014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4년제 대학 및 석사과정’(69%)과 박사과정의 입학률(3.1%)은 OECD 평균(58%, 2.6%)보다 각각 11%p, 0.5%p 높다. OECD 회원국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근대적 의미의 고등교육제도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놀랄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 상응한 질적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학 내외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교육부에서는 2014년에 대학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15년에는 대학원 유형별로 평가모형을 개발한 후 2016년부터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그동안 제기된 부실한 학위 관리 문제를 고려할 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평가를 급하게 실시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대학원 교육이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평가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원 평가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원 평가의 목적을 구조조정보다는 ‘질 관리’에 둘 필요가 있다. 학부교육과 달리 대학원의 경우 학생 수 감소보다는 부실한 대학원 운영이 주요 이슈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보다는 대학원 질 관리 수준을 전반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평가인증’이 평가의 목적이 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원의 경우 ‘기관 단위 평가’보다는 ‘전공별 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학부교육 자원(교수, 시설, 재정, 인프라 등)과 연계해 운영되고 있는 대학 부설 대학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관평가는 평가 대상이 학부 평가와 중복될 뿐이며 대학원의 질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도출해내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별 평가를 통해서 석·박사 학위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공교육과정의 운영 실태와 교육과 연구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원 질 관리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핵심지표 위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표수가 많을 경우 세밀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대학의 평가 준비 부담만 가중시킬 뿐 변별력 확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연구력 측정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지표를 활용하기보다는 SCI 논문수와 등재논문 수를 핵심지표로 활용해 대학의 평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평가에 앞서 공시지표와 통계 시스템 정비를 미리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학부 데이터와 대학원 데이터가 혼합돼 있는 경우가 많아 대학원 단위의 통계 관리가 별도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반대학원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특수대학원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 통계나 정보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단위 대학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단기간에 대학원 정보공시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공시 항목들을 예고해 대학들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예정된 대학원 평가시기(2016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사실상 방치돼온 대학원에 대한 평가에 각 대학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기간은 충분하지 않다. 대학원 평가가 대학원의 학사·학위 관리의 강화, 정보공시체제의 정비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한 후 본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 대학원 유형별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서 평가체제를 설계할 때 고등교육의 경쟁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기관의 자율성 유지와 평가를 통한 책무성 확보 간의 적정한 균형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계간으로 발해하는 <대학교육> 186호(10-11-12월호) 이슈 진단에 필자가 게재한 글을 다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채재은 가천대·대학평가처장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등교육정책, 개발협력정책, 평생교육정책 등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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