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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체험 위주의 체계적 안전교육 이뤄져야
사고공화국 오명 벗으려면 체험 위주의 체계적 안전교육 이뤄져야
  • 정재희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전)한국안전학회장
  • 승인 2014.10.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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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11) 안전


다음 세대에 사고 위협요소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인지해야 하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또 우리 대한민국을 사고로부터 안전지대로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세월호 참사,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와 같은 안전사고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그런 사고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전 사회에 스며들어 있다. 사고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 한 사고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련의 사고들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마치 사고공화국, 사고전쟁터라는 생각까지 든다. 다음 세대에 이런 위협요소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인지해야 하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또 우리 대한민국을 사고로부터 안전지대로 만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안실련에서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6명 이상(64.1%)은 우리 사회의 안전 관련 기반시설과 제도 등 안전시스템이 열악하다고 답변했고, 75.4%의 응답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몇 년 전 안전행정부에서 실시한 국민 안전의식 조사 결과 83%가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으로 적당주의(48%), 안전교육·홍보의 부족(2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와 직결되는 안전 불감증과 적당주의가 국민들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여러 가지 재해가 발생하는 공통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경제적인 원인이다. 사회적으로 적정한 안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비용과 수익을 고려해 손익분기점과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논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자(정부 등 공공기관) 중심의 시장특성, 즉 자발적인 시장이 아닌 법과 제도 등에 의한 시장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안전시장 활성화의 최대 장애요인이라 볼 수 있다. 사업주 등은 법이 정하는 기준만을 준수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산 절감을 위해 안전 분야 비용을 삭감하는데, 이는 소극적인 안전의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두 번째, 안전문화의 표류와 안전의식의 결여(안전 불감증)다. 근로자들의 의식수준 향상에 따라 재해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해왔지만,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무관심, 무사 안일한 경영방식은 아직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재해 발생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중앙재해예방협회의 재해분석 결과에 따르면 재해에 대한 인적 원인이 92.6%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고가 사람의 실수에 기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사고 안 당해’, ‘별일 있겠어?’, ‘무지·무관심’ 등 안전의식 결어와 안전문화 정착이 뒷받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세 번째, 안전교육의 미비성이다.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 되는 사고는 예방 교육의 반복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안전의식의 습관화를 실천해 새로운 재난 현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전교육의 내실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한다 하더라도 국민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대한민국을 안전지대로 만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전 국민이 주도적인 안전의식을 가져야한다. 이러한 사고는 안전교육과 예방을 통해서 바르게 알고 실천하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중요도 또한 낮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해외의 안전교육 선진 사례로 어떠한 사회적인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1940년대부터 왕실이 주축이 돼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두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당시 어린이 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1천600여 명에 이르자 왕실사고방지협회가 구성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960년대부터 지역별로 클럽을 만들어 어린이 때부터 교통안전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대에 들어서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두 자릿수로 크게 줄었다.


일본의 경우 실제로 경험을 통해 교육하는 실습 중심의 재난대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 내 재난에 대한 대피뿐만 아니라 구조 활동 영역까지 참여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통제에 따라 대피 차원의 영역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엄격한 안전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내 안전교육은 유치원, 초·중등 교육과정 등 3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생은 자전거 운전면허를 따야 할 정도로 사전 교육이 철저하다. 안전교육과 예방은 안전사고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안전문화 정착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 환기구 사고를 계기로 안전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행·재정적 지원은 물론 예방 및 안전관리에 대한 시책을 개발·집행·지도·감독·지원해야 한다. 사고로 인한 손실은 일차적으로 당해 근로자 개인과 기업에 귀속되지만, 결국 사고 피해자가 계속 누적됨으로써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등 국가 경제·사회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해 정부에 부담이 떠넘겨 진다. 따라서 사고 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지원해야 한다. 안전 분야는 시장논리로만 적용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경제논리와 법·제도라는 공공논리가 공존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 문제점을 개선할 때 활성화 및 실제적인 사고예방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재정적 지원을 통한 안전성 확보와 향상을 위해 이미지 제고 개선, 인적·물적 손실 방지 등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안전교육과 안전의식의 향상은 필수적이다. 민간중심의 시장과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이 향상돼야 할 필요성이 대두 되고 있다.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한 자율 안전관리 체제의 정착,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준법정신 확산 등은 안전관리 의식 확대 및 산업안전 활동에 대한 방임 억제 등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안전 시장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정체 상태에 있는 재해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안전기술력 향상과 양질의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 등의 적극적인 지원 및 노력 등이 필요하다. 이는 공급분야의 전문성 및 질적 향상 등을 가능하게 만들어 민간부문 영역까지 수요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해 줄 것이다.


현대사회에 안전한 사회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안전선진국이든 안전후진국이든 위험에 대한 통제에 실패했을 때 재난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데 안전선진국과 안전후진국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안전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안전의식을 함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누구 한 명의 책임이 아니다. 안전의식을 전 국민이 주도적으로 가져야 한다. 우리의 의식 수준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아닌, 안전사고는 반드시 막을 수 있다는 예방가능 원칙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안전사고 시 스스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체험 위주의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정재희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전)한국안전학회장
필자는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전관리론』, 『시스템안전공학』 등의 저서가 있으며, 국회 안전대책위원회 위원, 한국안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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