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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꿰어진 대학 구조개혁
첫 단추 잘못 꿰어진 대학 구조개혁
  • 지병문 전남대 총장/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
  • 승인 2014.09.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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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칼럼]

“대학구조개혁의 첫 단추는 부실대학 퇴출이고, 마지막 단추는 경쟁력 강화여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결단과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 지병문 전남대 총장

요즘 대학교육의 화두는 구조개혁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정원 감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즉 입학자원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구조개혁안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국의 모든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2023학년도까지 입학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정부의 의도대로 되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특성화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대부분 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축계획을 내놓았다.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사정이 더 절박한 지방대학들은 가산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10% 안팎의 높은 감축률을 제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원을 줄여 가면 정부가 원하는 16만명 감축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정부의 구조개혁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몸집을 줄였을지는 몰라도 구조개혁의 참뜻과는 거리가 멀다.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력 강화이고 정원감축은 결과여야 하는데, 현재의 구조개혁은 본말이 뒤바뀌었다. 특성화사업만 해도 그렇다. 정원감축을 위해 재정지원을 미끼로 삼은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별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좋은 취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업비를 더 타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정원감축이 경쟁력 강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도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7.2명이다. 이는 OECD 평균 15.8명의 두 배에 육박한다. 글로벌 명문인 하버드대와 도쿄대, 칭화대 등은 10명이 채 안 된다.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도 서울대(14명), 성균관대(18.4명), 연세대(19명) 등이 20명 미만으로 OECD 평균에 비교적 가깝다. 명문대일수록 교수 한 명이 가르치는 학생 수가 적다. 그래야 더 잘 가르질 수 있고, 대학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학생 충원을 못해 존립이 어려운 대학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 대학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되는 것이다. 온갖 부정·비리의 온상인 부실 사립대학들을 도태시키면 구조조정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뤄진다. 이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구조개혁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진행하는 재정지원사업이 오히려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대학들도 교육부 요구대로 정원감축 계획을 내놓으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지원금이 부실대학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산소마스크’ 구실을 할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정원감축은 곤란하다. 올바른 구조개혁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왜곡된 고등교육시장을 바로잡는 것도 대학구조개혁의 핵심과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립대 비중은 80%로 국립이 대세인 선진국과는 정반대다. ‘기초학문 보호, 고른 교육기회 제공’이라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꼭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등교육 시장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립대 비중을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교육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구조개혁 안에는 국립대에 대한 투자확대 내용이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대학구조개혁의 첫 단추는 부실대학 퇴출이고, 마지막 단추는 경쟁력 강화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과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가 가장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행하는 <대학교육> 185호 ‘총장칼럼’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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