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5:10 (일)
'統一至上主義'는 버려야 한다
'統一至上主義'는 버려야 한다
  • 이철세 배재대 명예교수 · 물리학
  • 승인 2014.07.28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칼럼]
신창민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2년에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을 발간했으나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힘 있는 목소리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깜작 발언을 함으로써 정치적 대박을 터뜨렸다.

‘통일’이라는 단어는 소위 진보 또는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이 독점적 저작권을 행사해 온 용어이므로 대통령의 이 발언은 큰 충격파를 만들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 됐고, 현 집권 세력을 ‘반통일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사건만 없었다면 아마 아직도 통일 대박론이 심심찮게 매스컴을 탔을 것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대박’이라는 단어의 고향은 모르긴 해도 아마 「흥부전」일 것이다. 가난한 흥부는 자신의 집에 깃든 제비의 다친 다리를 치료해 줬다. 이듬해에 그 제비가 박씨를 입에 물고 왔는데 마당에 심었더니 큰 박(대박)이 열렸으므로 톱으로 켜자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갑자기 큰 부자가 됐다.

과연 통일은 대박이고, 그래서 통일만 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려서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하는 경제제일주의자다. 그래서 통일이 되면 기업이 증가하고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통일=대박’이라고 주장한다. 통일 비용은 고기를 잡기 위한 하찮은 미끼라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만 따지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통일의 방법과 그 과정에서 치르게 될 희생을 외면해도 될까?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목숨을 잃게 돼도 ‘통일=대박’인가? 결코 아닐 것이다. 재물이 목숨보다 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의식을 잃고 입원했으나 ‘손가락이 움직인다’는 보도를 마지막으로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그에게 그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인가?

대박 꿈을 꾸기 전에 우선 통일의 순간에 죽임을 당하게 될 사람들을 꼽아보자. 남한에 의한 통일의 경우에 합법적 재판 절차를 거친다면 단죄 대상이 비교적 소수겠지만 만약 김씨 왕조의 폭압 정치에 대한 분풀이성 민란이나 폭동이 발생하면 희생자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 의한 통일은 인류 최악의 비극이 될 것이다. 그들의 적개심, 거친 언어, 공격적 행동으로 보아 남한이 킬링필드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혁명 과업 수행에 눈이 먼 그들은 군인, 경찰, 공무원, 교육자, 종교인, 언론인, 경제인, 건물이나 토지 임대인, 지역 유지들과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청소할 것이다. 특히 비판이 필요 없는 세상에서 진보 성향 인사들은 먼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적게 잡아도 200만명 이상 희생될 것이다. 통일이 명분이었던 6·25전쟁의 희생자가 300만명이라지 않는가? 

국가란 통치 권력이 미치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실상 한반도에는 1945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개의 독립된 국가가 동시에 수립된 것이며, 38선이 양국의 경계선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왜냐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조선왕조를 계승하지 않았으므로 조선왕조의 통치권이 미치던 한반도 전체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통일 지상주의는 버려야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금지해야 한다. ‘통일이 우리의 과업’이란 말도 하면 안 된다. 대신에 ‘생명 존중’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허황된 통일을 명분으로 선동을 하지 말고 국민들도 허황된 통일 대박을 기대하지 말고 양국이 서로 현재의 국경선(휴전선)을 인정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서로 평화스럽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으련만!!!

이철세 배재대 명예교수 · 물리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