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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에 근거한 개방적 논의 꼭 필요
사실에 근거한 개방적 논의 꼭 필요
  • 교수신문
  • 승인 2014.07.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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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교수의 반론을 읽고

 
은 문·이과 구분의 폐지에 공감하고, 교육과정의 개정에 대한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논의에 동의하는 박병기 교수의 반론을 환영한다. 국·영·수 위주의 잘못된 교육과정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허용성과 개방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은 필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과학 교육에도 ‘인문사회적 속성’이 필요하다는 박 교수의 주장도 반갑다. 2009년 개정의 ‘융합형 과학’이 바로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3월부터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과정 개정 작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필자의 ‘대학정론’에 대한 박 교수의 반론에는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도 적지 않고, 필자의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모름지기 반론은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성실한 노력이 전제돼야만 한다.


필자가 제시한 ‘과학적 소양’에 대한 반론에서는 문과 중심의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과학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감이 짙게 느껴지고, 필자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있다. 필자가 제시한 과학적 소양이 ‘인문사회적 속성에 대한 경시 또는 의도적 무시’라는 지적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박 교수가 직접 인용했듯이 ‘스스로 판단’하고 ‘독자적 의견’을 제시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나의 주장이 어떻게 인문사회적 속성을 경시하고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과 수학 교육에 대한 지적도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등장한 창의·인성 교육은 ‘과학계가 주도가 돼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이 아니었다. 박 교수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창의·인성 교육은 교육부의 수장을 지낸 원로 교육학자가 인성교육 강화를 핑계로 교육 내용의 획일적 감축을 요구하면서 내세웠던 핑계였고, 당시 과학계는 교육 내용 감축을 전제로 하는 창의·인성 교육에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더욱이 “인성교육 영역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창의교육 또한 지나치게 어려운 대학 수준의 과학 지식만을 강조함으로써 왜곡되고 있다”라는 지적도 우리의 교육 현실과는 맞지 않다. 오히려 현대적 전인교육에 꼭 필요한 과학적 소양교육이 사라져서 과학 문맹과 러다이트적 기술 거부감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필자가 따옴표를 써서 인용한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과학을 굳이 가르칠 이유가 없다”는 발언을 필자의 것으로 둔갑시킨 것은 심각한 오류다. 문제의 발언은 현재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교육과정학 전공의 교육학자가 공식 회의에서 내뱉었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인식을 가진 교육학자들에 의한 교육과정 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지적이었다. 이론화학을 전공하고 대한화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필자가 개인의 몰지각한 발언을 근거로 교육학자 전부를 비난할 만큼 어리석을 수는 없고, 문제의 발언을 애써 확대 해석하고 싶은 의도도 없다. 연구위원회에 사회교육학과 과학교육학을 전공한 교육학자를 포함시킨 것을 대단한 ‘변화’라고 우기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둔다.


과학계의 요구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교육과정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만 하고, 일제가 남겨준 문·이과 구분은 폐지해야 한다. 학생의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과학적 소양 교육이 보장돼야만 한다. 그래서 해괴한 ‘교육과정학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문과 출신의 교육학자들로만 구성된 연구위원회를 해체하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한 개방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무너져버린 과학교육을 되살려 보겠다는 과학계의 노력에 박 교수를 비롯한 양식 있는 진정한 교육학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대한다.

 

이덕환 서강대·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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