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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세 … “R&D외 부문에도 전략적 접근 필요”
세계적 추세 … “R&D외 부문에도 전략적 접근 필요”
  • 교수신문
  • 승인 2014.06.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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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젠더혁신포럼 창립총회 이모저모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 아나이스홀에서 열린 ‘과학기술젠더혁신포럼’ 창립총회에는 이장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을 비롯, 강대임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김명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 민경찬 기초과학진흥협의회 위원장, 민병주 새누리당 국회의원,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성창모 한국녹색기술센터 소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이부섭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젠더혁신은 과학기술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성별(sex) 및 사회적 성인 젠더(gender) 요소를 고려해 설계함으로써, 과학기술 혁신 및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실행 아이디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연구과제 선정 및 평가에 성별 및 젠더 요소를 적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예컨대 유럽연합에서는 2014년부터 주요 연구비지원정책인 국제공동연구사업 지평 2020(EU Horizon 2020) 지원시 연구자가 연구 설계시 성별을 고려했는지, 연구원간 성비 균형을 이뤘는지 등을 연구과제 선정·평가 지표로 삼고 있다.


박영아 KISTEP 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창립하는 ‘과학기술젠더혁신포럼’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와 역할이 증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세계 과학기술계 중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젠더 혁신(Gender Innovation)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인식 제고, 공감대 확산과 함께 2011년 이후 유럽, 북미, 아프리카 등 대륙단위로 진행되는 ‘젠더 서밋(Gender Summit)’의 일환으로 2015년 9월 아시아-태평양을 대표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젠더 서밋 2015’ 개최를 알리고 우리나라가 범세계적 젠더 네트워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매겼다.


‘젠더서밋’은 과학기술연구에 젠더 요소를 반영해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매년 개최되는 국제회의를 말한다. 특히 2015년 젠더서밋은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확대돼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과보고를 한 이혜숙 WISET 소장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위한 전략으로 남녀의 생물학적·인지적·사회적 특성 및 행동방식의 차이에 의한 영향을 고려하는 젠더혁신의 관점에서 추진되는 연구 및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향후 젠더포럼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확대, 연구개발 결과 부가가치 향상, 연구개발 투자 타당성 확보 측면에서 기대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백희영 서울대 교수(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의 초청강연이 끝난 뒤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여성 과학계 중진들의 굵직한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김명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은 “R&D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운을 뗀 뒤, “여성 과학기술인에 대한 차별이 관행처럼 굳어져 장벽이 된 지금, 구체적 현안에 대한 모범답안을 찾아내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생화학)는 ‘맞춤의학’이 하나의 경향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재적 맥락을 강조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젠더혁신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시기다. 연구비 지원 기관과 개발부처가 젠더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백희영 교수의 초청강연 논지다.

젠더혁신―연구방법과 사례: 젠더혁신은 과학기술분야 연구에서 남녀의 특성을 올바로 반영함으로써 연구의 수월성을 제고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관점과 방법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학기술 연구는 가치중립적이고 성별에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실제 많은 자연현상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으며 기술발달의 영향과 생산품의 사용에서도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생명현상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는 주로 호르몬이나 생식의 관점에서 연구해 왔으며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연구 대상 동물의 성별이나 특히 연구 재료로 사용되는 조직과 세포의 성별 근원에 대해 무관심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또 보고했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biological)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신체구조, 생활양식,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회·경제적 제도로 인한 차이(gender) 또한 실존하므로 과학기술연구와 응용에서 이 점을 고려해야 마땅하나 간과해 온 것이다.


미국 정부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판되던 신약 10개를 심각한 부작용으로 회수했는데 그 중 8개는 여성에게서 부작용이 더욱 치명적이었다. GAO는 미국 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에 여성이 더 취약할 수 있는데 이러한 남·여의 생리적 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일련의 사례연구를 통해서 과학기술이 더 이상 젠더 중립적이지 않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과학사학자인 스탠포드대의 론다 슈빈저 교수는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과정에 따라 성별 또는 젠더 및 관련 요인을 분석하는 모형을 만들고 이를 ‘젠더혁신’이라고 명명했으며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미국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으로 24개 사례를 분석, 발표했다. 이 연구진에는 6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사례들은 기초과학(Basic Science), 보건·의학(Health & Medicine),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 전문가들이 선정한 것이다. 각 사례를 젠더혁신의 분석모델중 적절한 방법을 활용해 분석함으로써 젠더혁신 연구분석 경험과 결과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모든 결과와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이를 확산시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위원회에서 2014년부터 시행하는 ‘Horizon 2020’에서는 연구자들에게 연구계획서에 본인이 신청하는 연구계획에서 젠더영향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NIH에서도 2014년 10월부터 동물과 세포를 사용하는 모든 임상전(preclinical) 연구에서도 성별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을 요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란셋>, <네이처> 등을 비롯한 국제적 유수학술지에서도 저자들에게 연구에서 젠더의 영향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공동연구와 연구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학자들도 젠더혁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연구에 적용할 능력을 가져야한다.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가 추구하는 과학적 진실의 규명은 성별을 비롯한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수행해야 수월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생물학적 성별이 골고루 반영된 연구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과학기술의 활용과 사회적 요구는 사회, 제도, 관습에 따라 또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젠더 관점이 과학기술 연구에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분야의 젠더혁신 사례연구가 필요하고 외국에서 분석된 사례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 그 적실성을 다시 분석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위한 연구지원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2015년 9월에 서울에서 개최될 젠더혁신 아시아태평양지역 세계대회(Gender Summit Asia-Pacific)를 앞두고 각 분야에서 젠더혁신 사례연구를 개발하고 능력 있는 연구진을 양성함으로써 이 분야의 국제적 학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류하고 국제적인 연구 추세를 이끌 수 있도록 획기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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