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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그리고 떠나는 교수들
김연아, 그리고 떠나는 교수들
  • 교수신문
  • 승인 2014.02.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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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소치 동계올림픽은 김연아 선수의 현역 은퇴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몇 해 동안 많은 이들은 김연아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들 했습니다. 말 그대로 김연아는 ‘행복’의 아이콘으로 국민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줬습니다.


그녀가 쇼트 부문에서 입고 나간 의상이나, 프리 부문 의상 모두 김연아 자신이 열과 성을 쏟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린이 들어간 노란색 의상을 가리켜 일본의 어느 방송에서는 ‘애달픔과 슬픔을 맞아들이는 듯한 따뜻함’이라고 풀이했다고 합니다. 김연아는 우리 국민에게 많은 행복을 줬지만, 정작 자신은 애달픔과 슬픔의 연속에서, 때로는 고통의 연속에서 이를 악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보여준 ‘유종의 미’가 더욱 아름답고 값있게 보입니다.


그녀가 보여준 ‘유종의 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올림픽 출전권을 더 많이 따기 위해 그녀는 링크로 되돌아왔습니다. 후배들이 뛸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뜻대로 이번 피겨 부문 올림픽에 한국 여자 선수들은 3명이나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그것을 수행했습니다.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는 그녀의 말에서, 그녀의 눈빛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나가야 할 때와, 떠날 때를 알고 있었기에 김연아가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3월을 앞둔 지금, 대학에 오래 몸담았던 많은 교수님들이 강단을 떠나게 됩니다.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선생으로서 30여 년 이상을 한 길 인생으로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화려한 박수갈채 속에 퇴장하는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저는 그러한 박수소리는 없지만 조용히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는 교수님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러나 정년퇴임이 학자로서 살아온 삶의 마침표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도전의 첫 문턱이 될 것이며, 한 시대의 스승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또 다른 책무로 이어질 것입니다. 스포츠 선수는 은퇴하지만, 학자는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는 한분 한분의 몫이며, 남아 있는 학문 공동체와 대학의 일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신 교수님들에게 격려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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