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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美國의 ‘대통령의 날’
是非世說_ 美國의 ‘대통령의 날’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2.24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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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愛犬은 이름 하여 ‘드렁커드(Drunkard, 술고래)’. 악명이었다. 이를 물리친 악명이 있다. 그 다음 대통령인 존 애덤스의 애견이다. 그 이름은 ‘사탄(Satan, 악마)’이었다. 6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희한한 버릇이 있었다. 새벽에 홀로 워싱턴의 포토맥 강에서 알몸 수영을 즐겼다. 노예 해방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뛰어난 레슬링 선수였고, 38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40년대 인기 있는 모델로 <코스모폴리탄> 잡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인 베티 포드도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인기 만점의 댄서 겸 모델이었다.

지난 주 셋째 월요일을 전후해 미국의 언론들에서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에 관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재미있고 기묘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왜 그랬을까. 지난 주 세번째 월요일인 2월 17일이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이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더 소개를 해보자. 7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그가 백악관에서 기르던 앵무새에게 욕설을 가르치는 게 취미여서, 이 앵무새는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잭슨 대통령이 죽었다.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앵무새도 장례식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앵무새는 격리됐다. 장례식에서 욕설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36대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목욕을 즐겨했다. 그런 관계로 참모들과 함께 홀랑 벗고 목욕을 하면서 업무를 논의하는 일이 많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현재의 재산 가치로 따져 누가 제일 부자 대통령이었을까. 1위는 초대 워싱턴 대통령으로 5억2천5백만 달러였다. 그의 8천 에이크에 달하는 버지니아 농장은 노예 수만 3백 명에 달했으며, 그의 아내 마사도 막대한 재산을 아버지로 물려받은 부자 상속녀였다. 워싱턴 대통령이 취임한 1789년 받은 연 급여는 당시 미국 전체 예산의 2%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의 날’은 초대 워싱턴의 탄생일인 2월 22일과 남북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났던 2월 12일에서 연유한다. 1970년대에 미 의회는 이 두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차원에서 두 대통령의 생일 기념일을 감안해 매년 2월의 세번째 월요일을‘대통령의 날’로 정해 공휴일로 삼아오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1789년 초대인 워싱턴을 시작으로 현재 오바마까지 225년 동안 44대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代겤는 재선이든 개헌이든 대통령 인물이 바뀔 때만 부여된다.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4선이나 했지만, 그냥 32대 대통령일 뿐이다.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지만, 미국이 현재 세계 최대강국이 된 배경에는 지도자인 이들 미국 대통령의 힘이 컸다. 功過의 차원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대통령도 그에 못잖게 많다. 그럼에도 일단 퇴임하면 美국민 모두 예의를 표하고 존중한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대통령의 날’이 제정됐고, 미국인들은 이날을 공휴일로 즐기면서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역대 대통령을 기리고 추억한다.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는 현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11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11명의 대통령이지만 代겤는 18대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과 달리 재선이나 개헌의 경우를 통털어 대수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 사람이 5, 6, 7, 8, 9대 대통령으로 불리고, 이승만(1, 2, 3대 대통령)이나 전두환(11, 12대 대통령)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처럼 ‘대통령의 날’이라는 게 없다. 업적을 기리고 추모할 만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스스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해서일까. 미국의 ‘대통령의 날’을 보면서 우리 역대 대통령들의 면모를 새삼 떠올려본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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