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5:25 (월)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에 보장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에 보장
  • 김명연 상지대·법학부
  • 승인 2014.02.17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관련 헌재 판결의 의미와 과제
“교육부, 종래의 학교법인 정상화 결정 철회해야”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법인 이사회의 정상화와 교육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교육부가 대구대 이사 5명의 취임승인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18일 청문 이후 임시이사 파견이 최종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비리로 물러났던 구재단 측에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줬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셈이 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해 11월 28일 사립학교법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학교법인의 정체성은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에 의해 보장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무조건 구재단 측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는 것은 잘못됐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이 갖는 의미와 함께 대구대 임시이사 체제 전환의 의미를 짚어 봤다. *헌법재판소 2013년 11월 28일 결정 보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법적 기속력이 있는 상지대 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7년 5월17일 선고, 2006다19054)의 다수의견보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의거해 사학비리 등을 행해 퇴출된 구재단들에게 예외 없이 사립학교 운영권을 보장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보충의견을 집필한 대법관조차도 국회에서 사분위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사립학교의 정상화를 위한 정식이사 구성 비율의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사분위의 재량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분위의 법적 논리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최근 2010헌바292 결정, 2011헌바136 등 결정, 2009헌바206 등 결정, 2007헌마1189 등 결정 등 일련의 판결을 통해 사분위의 법리를 모두 부정함으로써 그 근거를 상실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위원회

사분위는 자신의 법적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스스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인 준사법기관으로 규정했다. 사분위를 준사법적 분쟁조정기관으로 볼 경우 학교법인의 정체성(자주성)과 사학의 공공성은 대립적인 성격을 갖게 되며, 사분위의 기본적 임무는 이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이 되고, 종전이사는 분쟁의 일방당사자가 돼 정식이사 선임에 대한 일정한 지분권이나 추천권을 보장받는 법률상 지위로 고양된다. 사분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학교법인의 정상화 단계에서 학교법인의 정체성이 보장돼야 하고 이는 종전이사에 의해 대변된다고 해 사학의 자주성을 공공성보다 중시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학의 자주성을 보다 중시하는 판결을 했는지는 의문이 없지 않다. 사분위는 이와 같이 해석해 학교법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종전이사 측에 과반수 이상의 정식이사 추천권을 보장해 학교 운영권을 보장하되, 나머지는 학교 구성원과 관할청에 추천권을 대등하게 부여해 공공성에 의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화 원칙이 돼야 한다는 것이 사분위의 법적 논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한 정식이사 선임을 분쟁의 조정이 아니라 학교법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감독권의 행사로 봤다. 또한 학교법인의 정체성(자주성)은 사학의 공공성과 대립·갈등의 관계에서 조정돼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도 보장돼야 하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관할청은 학교법인의 정상화 단계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국가감독권의 본래 목적인 학교법인의 보호를 위해 모든 정식이사를 당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고 장래를 향해 이를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신뢰자를 선임해야 한다(공법상 대리). 헌법재판소는 사분위를 대체적 분쟁해결기관인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이와 같은 관할청 감독권 행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위원회로 봤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 내지 정체성은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인적 연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관에 의해 보장되고, 설립 목적을 구현하는 이사의 지위 역시 객관화된 설립 목적인 정관에 기속되는 기능적 연관성에서 그 정당성이 있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리고 인적 연속선상에 있던 종전이사 등이 회계부정이나 비리 등 이사취임승인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에 장애를 야기했다면 이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이들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적 연속성의 전제요건을 상실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인적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더라도 학교법인의 정체성의 변질은 초래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있다.

"교육부, 종래의 학교법인 정상화 결정 철회해야"

한편 사분위는 임시이사 제도는 종전이사들에게 다시 한 번 학교법인의 정체성을 구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종전의 학교 운영자에게 운영권을 복귀시키는 것이 사립학교법상 임시이사 제도의 취지이므로 종전이사에게 학교운영권을 보장하는 것은 임시이사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임시이사 제도는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에 상응하는 학교법인의 해산에 갈음하는 제도로 이해한다. 학교법인의 해산과 같은 위기적 상황에 이르도록 한 종전이사들이 다시 정식이사의 선임 등에 관여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 내지 정체성은 이사의 인적 연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관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므로 종전이사에게는 학교법인 설립 목적의 유지·계승에 관한 객관적 확인에 의문이 있는 경우 예외적·보충적 정체성 대변자의 지위에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리고 예외적·보충적으로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는 종전이사에게 인정되는 사학의 자유는 정식이사 선임권을 부여하거나 이사회 구성에서 일정한 지분을 보장해야 하는 정도까지 확장될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분위가 사학비리 등으로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종전이사들에게 과반수이상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정상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학분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분위의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한 그 동안의 법적 논리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결과적으로 모두 부정됐다. 일반적 법률 해석권이 일반법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상지대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 사립학교법에 관한 해석인 것에 비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관한 법률 해석이다. 교육부는 종래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관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사분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따라 새로운 정상화 원칙을 정립해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재심의해야 한다.

김명연 상지대·법학부
국민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학교법인의 정상화」,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있어 종전이사의 법적 지위」 등이 있다.

국민대에서 박사를 했다. 주요 논문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학교법인의 정상화」,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정상화에 있어 종전이사의 법적 지위」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