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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심의 원칙’ 재수립하고 ‘분규 재발 사학’ 재심의해야
‘정상화 심의 원칙’ 재수립하고 ‘분규 재발 사학’ 재심의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1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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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정상화 관련 헌재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

헌법재판소(헌재)가 사학분쟁조정위위원회(사분위)와 관련한 사립학교법(사학법) 위헌 소송에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과거 잘못된 정상화 결정을 취소하거나 재심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김상희, 박홍근, 정진후 의원과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가 주관한 ‘학교법인 정상화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다.

■ 헌재 판결의 의미는= 헌재가 지난해 5월과 11월 잇달아 내린 판결은 단순히 사분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넘어 과거 부정비리를 일으켰던 구재단 인사들을 복귀시킨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교수신문 2014.2.17자사분위 관련 헌재 판결의 의미와 과제참고).

우선 현재는 사분위를 분쟁조정기관인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관할청 감독권 행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위원회로 규정했다. 법인의 정체성 역시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에 의해 보장된다고 판결했다. 또 비리로 물러났던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정상화 취지에 배치될 우려가 있고, 다른 구성원들과 새로운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추천의 과반수 권한을 보장해온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을 전면 부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는 교육부와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목적이기도 하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 헌재 판결이 기속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위헌 판결이 아니라 합헌 판결인 탓이다. 또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령 해석과 적용은 어디까지나 법원의 권한이다.

하지만 주제 발표를 맡은 김명연 상지대 교수(법학부)는 “사분위가 정상화 심의 원칙의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2005년 12월 개정되기 이전의) 舊사학법에 관한 것이고, 헌재 판결은 현행 사학법에 관한 것이다. 현행 사학법이 적용되는 학교법인의 운영을 둘러싼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사분위가 헌재 해석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사분위가 정상화 심의 원칙에 관한 핵심적 법적 근거로 제시한 이사 제도의 본질, 임시이사 제도의 법적 취지, 설립 목적 내지 정체성의 인적 연속성 보장, 종전이사의 법적 지위 등이 모두 부정된 만큼 헌재의 해석이 대법원의 해석에 우선해 존중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송기춘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사분위가 그동안 채택해온 처리 기준은 대법원 판결조차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 다수 의견도 아니고 다수의견의 2인 보충의견을 특히 존중하고, 그것마저도 제대로 따른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헌재 결정은 무리하게 만들어진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비판하고 있으며, 사분위가 아무런 사심 없이, 분쟁이 발생한 사학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데 어떠한 결정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고민해 결정한다면 헌재 결정은 받아들여져야 할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 헌재 판결 이후 과제는= 그렇다면 사분위의 잘못된 운영 원칙을 바로잡고 분쟁사학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명연 교수는 “사분위가 종래 전원합의체 판결 내지 보충의견에 따라 학교법인의 정상화 결정을 하고, 이로 인해 학내분규가 재발하고 있는 사립학교에 대한 정상화 결정은 적어도 취소하거나 철회하고 다시 정상화 심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헌재 판결은 직간접적으로 사분위의 활동을 규율하는 성격이 강하다. 김 교수는 “헌재는 사분위의 법적 지위를 대체적 분쟁조정기구인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위원회로 판결한 만큼 그 법적 지위에 부합하도록 정상화 심의 방식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정대화 사학국본 공동대표(상지대)는 “교육부는 교육부 소속의 행정위원회로 성격 규정된 사분위가 맡은 바 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하며, 사분위의 활동이 그 한계를 벗어날 경우 재심권 등을 통해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화 심의 원칙을 다시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정 대표는 “제2기 사분위에서 마련한 정상화 심의 원칙은 사학 비리로 쫓겨난 구재단에 학교 운영권을 되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 원칙을 폐기하고 헌재 판결의 취지에 맞춰 정상화 심의 원칙을 재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사분위는 과거 경기대, 상지대 등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구재단 몫의 정이사 1명을 임시이사로 선임했는데, 임시이사 파견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로 이 자리에 정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사분위는 여전히 구재단인 종전이사의 몫임을 강조하며 구재단의 추천을 받아 정이사를 선임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헌재 판결에 따르면 구재단의 몫을 보장할 필요는 없으며, 더구나 사학 비리를 저지른 경우에는 정이사 추천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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