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5:35 (일)
교육단상_ 미완으로 끝난 동학을 다시 생각한다
교육단상_ 미완으로 끝난 동학을 다시 생각한다
  • 유병제 대구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4.02.10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병제 대구대·생명과학과(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동학이 일어난 지 두 갑자를 맞이하는 올해에 많은 민중들과 지식인들의 소감은 다른 해와는 남다르리라 생각된다. 또한 올해는 현 정권의 두 번째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새해 벽두까지, 우리나라의 온 구석구석은 난리도 아니다. 권력기관인 국정원과 군의 선거 개입, 대선 공약의 파기, 남북 관계의 경색, 경제 민주화의 후퇴, 역사 교과서, 밀양 송전탑과 원전 건설의 증강 정책, 강정 마을, 철도의 민영화, 의료 영리화, 대학 구조조정, 삼성의 신입사원 총장 추천 추진과 철회 등 어디 한 군데도 민주적 절차와 정상적인 논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교육, 환경, 정치, 사회, 복지, 노동,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상식이 비정상으로 됐고, 비상식이 정상으로 됐다. 현 정권은 진보적인 시민사회와 야당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자기들이 추진하고자 것들은 모두 추진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 시계는 거의 30~40년 전 3공 말기의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교육계에 올해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아마도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인구학적인 문제에 의해 사회적으로 대학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빌미로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안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학들이 폐교될 것이고, 많은 대학들이 정원을 대폭으로 감소해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물리학, 수학, 역사, 철학 등 기초학문 계열의 학과들이 사라지고, 우리나라의 기초학문은 아사 수준에 이를 것이며, 재벌들이 필요로 하는 관련 학과들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학들의 서열은 고착화돼 대학들은 소위 1류, 2류, 3류 등으로 구분될 것이다.

재단의 부도덕성과 지리적 열약에 의해 부실화된 많은 지방 소도시의 대학들은 험악한 구조조정의 바람에 휩쓸릴 것이며, 교육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정원 감축에 따라 많은 대학에서 비정규 교수를 포함한 많은 교수들과 직원들이 실직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어떤 산업에서보다도 강한 강제적 구조조정이 고등교육계에서 일어남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자발적 퇴출 경로라는 빌미로 비리에 의해 부실화돼 퇴출될 대학의 교주들을 위해 재산의 귀속 특례를 포함한 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안을 요약하면, 대선 공약인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을 파기하고, 정부 재정의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대학을 자본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안을 막아내고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학문과 산업을 위한 대학 구조조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현장에 있는 교수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 하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경쟁에 몰입해 있으며, 이를 당연히 여기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87년 항쟁에 의해 이뤄진 최소한의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인 현 정치와 사회체제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궁극적으로 수구적인 정치세력과 재벌의 야합에 의해 야기됐고, 또한 그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원전과 환경, 철도와 의료의 민영화, 대학의 구조조정은 야만적이고 투기적인 대자본이 공공재인 에너지, 교통, 의료 및 교육을 사유화 영리화해 더 이상 몰가치적인 이윤을 증대할 방법이 없는 자본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의 선상에 놓여 있다. 이것은 결국 자본에 의한 인간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며 교묘한 노예제도다.

거대한 사회적 암류에 대항하는 길은 두 갑자 전에 일어난 민중의 항거 이외에는 없는 것 같다. 밑으로부터의 합의에 의해 새로운 사회적 체제를 만드는 것이 지식인 집단의 올해 과제인 것 같다. 갑오년 청마의 해에, 미완으로 끝난 동학의 민중 봉기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병제 대구대·생명과학과
서울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통합생물학회 이사로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창립 회원이며, 지난해부터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