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師表를 찾아서
師表를 찾아서
  • 교수신문
  • 승인 2013.12.30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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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계사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가장 희망차고 가슴 떨리던 시간을 지나 마침표 하나를 더 얹어야 하는 시간 앞에 이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특히나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 사회와 대학 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사회를 지켜보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와 경쟁하는 지금, 나라의 동량이 될 귀한 인재를 길러내고, 국민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는, 덕망 있는 학자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합니다. 교수사회가 깊게 탐색하는 지혜와 지식이 사회를 밝혀주고,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모습을 새해 새날에 꿈꿔봅니다.” 이것은 제가 2013년 신년호에 썼던 구절입니다.


식민지와 전쟁, 민주주의의 시련을 거치면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한국 신화의 이면에는 개인과 사회, 가정과 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공유됐던 한 가지 가치가 있었습니다. 땅덩이도 작고, 자원도 부족한 후발 국가에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 외에는 달리 나라와 사회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믿음 말입니다.
그래서 ‘나라의 동량이 될 인재’를 양육하는 일은 논문과 같은 연구업적을 우선시하고 강조하더라도 미뤄놓을 수 없는 대학과 교수의 책무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대학이 ‘교육 소비자’, ‘취업’ 등과 같은 세상적 기치에 휘둘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을 제대로 길러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는 과연 어떤 인재를 길러냈는지 자문해 봅니다.


또한 ‘국민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덕망 있는 학자의 모습’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교수사회는 전통적 가치가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집단입니다. 올해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습니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거시적인 틀에서 무엇이 나라와 사회에 필요한 지 궁구하는 일에 교수사회는 얼마나 기여했을까요?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지성의 지혜를 밝히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퇴계 선생이 지적했듯 혼자 있을

 때 삼갈 줄 아는, 자기 절제의 투명한 지성이야말로 후속세대와 사회의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런지요?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한 해 동안 많은 교수님들이 값진 노력을 기울이셨음을 잘 압니다. 그래도 저는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세상 삶의 멘토, 師表로서 더 많은 교수님들이 호명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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