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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_ 핵 없는 세상, 그 발칙한 상상
세평_ 핵 없는 세상, 그 발칙한 상상
  • 유성기 한의사
  • 승인 2013.12.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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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 한의사
‘클린 에너지.’ 얼마 전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 발전소 광고를 하면서 내세운 문구였다. 구소련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반핵주의자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것이 우려가 됐는지 상당기간 핵연료는 클린 에너지이며 진정으로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아주 효율적이고 양심적인 에너지원이나 되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핵연료가 결코 클린 에너지가 아니며 원자력 발전소가 결코 그렇게 안전한 시설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11년 3월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발전소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던져줬으며, 인간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도호쿠 대지진-지진해일 발생-후쿠시마 원전 침수-전력시설 다운-비상발전기 침수로 복구전력 고장-원자로 급수펌프 중지-냉각수 공급중지로 원자로 온도 상승-연료봉 수면위로 노출. 멜트다운 시작-원자로 수소 폭발-방사능 물질 확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소위 기술선진국이라는 일본은 어느 단계에서도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수준 면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효용가치 면에서, 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환경을 만들자는 면에서 우리나라에 정말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지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소 의존율은 30%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의 관계자들은 소위 전문가랍시고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할 전문용어를 동원해가면서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우리나라가 당장 큰일이나 날 것처럼 이야기한다. 클린 에너지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관리기술이 대단하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바보가 아닌지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고가 이미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으며, 인간의 기술력으로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어 그저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사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강도는 작을지언정 지진은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가 맨날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기술력이 뛰어나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떠드는 한수원의 말이 새빨간 거짓임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를 거부하는 국민들의 몸부림이 적극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내가 만나서 이야기해 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원자력 발전소가 기술력의 상징이라 믿어버리는 기술신화에 빠져있거나,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실제로 심각한 전력난이 도래할 것이라 믿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이 또한 거대 권력 한수원과 정책입안자들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독일이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독일은 2022년까지 완전한 탈핵을 선언했고, 이미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는 전력을 풍력, 태양열, 지력, 조력 발전 등을 통해 생산하겠다는 독일의 국민적 합의를 우리는 정말 소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조수간만의 차도 크고, 바람도 풍부하고, 일조시간도 독일보다는 훨씬 많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독일이 실천해가고 있는 에너지 정책을 실현하기에 훨씬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핵에너지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더구나 우리나라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터지는 순간 곧 수백만의 생명이 걸린 문제가 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말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참으로 발칙한 상상을 하고 있다. 새만금이라는,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토건사업의 결과로 만들어진 그 광대한 면적을 모두 발전시설로 만들어버리면 좋겠다는 상상을 말이다. 그 광대한 면적에 태양열, 풍력, 조력 발전시설을 만들면 어쩌면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를 거의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말이다. 나는 정말 누군가 나서서 이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발칙한 상상이 이뤄지는 꿈같은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유성기 한의사
원광대에서 한의학 박사를 했다. 사단법인 북한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역에서 다양한 인문학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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