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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제프 베조스의 相生경영
是非世說_ 제프 베조스의 相生경영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3.11.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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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아마존닷컴’으로부터 아름다운 경험을 공유한 국내 구매자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얘기다. 책을 주문하고 돈을 보냈는데, 도착할 만한 기일이 지났는데도 책이 도착하지 않는다. 항의를 했더니 책을 다시 보내겠다고 한다. 원래 보낸 책과 다시 보낸 책이 한꺼번에 도착한다. 새로 보낸 책을 반환하겠다고 했더니 아마존으로부터 이런 연락이 왔다. “반환하지 말고 주변에 계신 친구나 가족에게 드려라.”

제프 베조스는 글로벌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닷컴의 CEO다. 그는 지난 1994년 빌린 돈 30만 달러로 온라인 책방인 아마존을 만들었다. 그때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이다. 아마존은 책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인간에게 필요한 온갖 물품을 온라인상에서 지구 어느 곳이든 파는 세계적인 쇼핑몰 기업이 됐다. 올해 예상 매출액만 750억 달러다. 베조스 개인 재산만 252억 달러(약 28조1천100억 원)에 이른다.

베조스는 지난 8월, 미국 유수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2억5천만 달러에 전격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어떤 신문인가. 136년의 전통을 지닌, <뉴욕타임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으로 1972년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미국인의 신뢰를 받는 언론이다. 세상이 놀란 것은, 좀 비하해 말해 장사꾼에 불과한 제프 베조스가 어떻게 사양길의 신문언론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사들였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런 평가가 나왔다. “베조스는 신문언론과 특히 <워싱턴포스트>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다.” <워싱턴포스트> 대기자로 워터게이트 특종의 주역인 밥 우드워드의 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우리에게 언론보도의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베조스와 같은 사람이 이런 부흥에 동참하고 돈을 투자한다면 엄청난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 베조스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번엔 미국의 우체국과 함께 하는 마케팅이다. 아마존닷컴에서 팔린 물품을 우체국을 이용해 일요일에 구매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우체국 업무는 USPS(United States Postal Service)에서 관장하는 일로, 지난 2년 동안에만 210억 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오고 있다. USPS는 베조스의 제의에 반색을 했다는 소식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획 중인 상태에서 아마존닷컴의 일요일 배달 서비스는 유휴인력 활용 등의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미국 전역의 동네서점과도 제휴해 이들을 통해 아마존닷컴의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를 파는 대신 할인 혜택과 동네서점에 일정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마케팅 시스템을 곧 시작한다. 아마존닷컴으로서는 동네서점을 통해 판매채널을 확대할 수 있고, 동네서점은 온라인서점으로 인해 급감한 서적 판매를 보완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베조스의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물론 이익 보장을 위한 商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相生의 경영’ 마인드다. 기업가로서 나 혼자 어떻게 해서든 이익을 내겠다는 게 아니라 서로가 이익을 내면서 함께 살 수 있게 하는 정신이다. 초창기 구매자를 위하는 배려의 경영 마인드가 오늘날 아마존의 모태가 됐고 이게 ‘相生의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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