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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지켜 내면서도 ‘경쟁력’을 키워 왔습니다”
“민주주의 지켜 내면서도 ‘경쟁력’을 키워 왔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3.10.0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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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홍덕률 대구대 총장

대학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의 자발성, 지성, 창의력, 실험정신과 같은 수준 높은 대학정신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구대 구성원들은 민주주의 원리와 절차, 제도를 지켜내면서도 대학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구현했습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56세ㆍ사진)이 재선에 성공했다. 총장직선제로 총장을 뽑는 대학에서 현직 총장이 연임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대구대 총장선거에서 1차 투표 에서 56.8%의 지지를 얻어 구성원의 재신임을 받았다. 대구대 총장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홍 총장은 앞으로 두 가지 과제가 남았다고 했다. 재단 정상화를 마무리 하는 일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8년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교육역량강화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고, 수시모집 경쟁률도 오르는 등 대학경쟁력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이제 선순환 구조가 시작이 된 것이죠. 하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다시 떨어질 수 있어요. 다음 4년 임기 동안 재단 정상화와 대학경쟁력 제고, 이 두 가지 과제를 제대로 완수하라는 구성원의 염원이 저에게로 모인 것 같습니다.”
홍 총장은 4년 전, 총장 임기를 시작할 무렵,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만큼은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다’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라고 이루고 싶은 ‘꿈’을 밝힌 적이 있다. 홍 총장은 “우리 구성원들은 민주주의적 원리와 절차, 제도를 지켜내면서도 스스로 놀랄 만큼 많은 성과를 거뒀고, 대학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부분에 대해 구성원들이 평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참신한 대학경영 모델이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일시: 2013년 9월 30일 오후 4시 대구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56세. 인천이 고향이다. 지난 2009년 11월 총장 선출 당시, 대구경북지역에 연고도 없이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박사를 했다. 1988년부터 대구대 교수로 지냈으며 대학분규 때 해직을 겪기도 했다. 대구대 교수협의회 부의장과 홍보비서실장을 지냈다. 한국지역사회학회 회장과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사)대구사회연구소 소장 등의 활동을 했다. 지역 언론활동도 활발히 했다. 대구KBS ‘PD 리포트 시선’을 진행했고, 시사토론 ‘생방송 화요진단’의 사회도 맡았다. 현재 녹색경북21 회장, (재)경북행복재단 이사장, 대구경북장애인고용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오는 10월말까지 총장 임기를 마친다. 지난 9월 12일 치룬 대구대 11대 총장선거에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다음 임기는 11월부터다.
△ 다시 구성원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대학도 생존경쟁이 치열해 졌어요. 경쟁이 치열해 지면 CEO들이 어떤 유혹이나 압력을 받느냐 하면, 권력의 중앙 집중, 일사불란한 대응을 요구받죠.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일사 분란해야 한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통념에 빠지기 쉽죠.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이런 현상을 보고 있죠. 그래서 많은 대학이 너무나 쉽게 그나마 대학사회에 남아 있는 민주주의를 폐기하거나 지성이 실종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발성, 지성, 창의력, 실험정신 이런 지성인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수준 높은 대학정신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폐기하는 모습이 대학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학가에 유행병처럼 돌고 있습니다.

제가 4년 전에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만큼은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다’라고 선언했던 것은 대학가의 관행, 이런 현상에 대해 도전적인 발언을 했던 것이고, 최소한 대학사회에서만큼은 민주주의를 통해 경쟁력을 달성할 수 있다, 그걸 지키기 위해 4년 동안 제 나름대로 고군분투 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제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부분에 대해 구성원들이 평가하지 않았나 그렇게 봅니다.

민주주의를 폐기하지 않았습니다. 총장이 혼자 결정하거나 상명하복 식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독선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민주주의 정신과 절차를 존중하고 지키려고 했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은 민주주의 원리와 절차, 제도를 지켜내면서도 대학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저 자신도 4년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에 그 점에 있어서는 평가받고 싶어요.”

△ 총장님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입니까.
“아주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이 밑에서부터 수렴돼 정책결정까지 이어지고, 그것에 대해 구성원들이 책임질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중요하지요. 다양한 위원회가 있습니다. 일반 평교수들이 갖고 있는 건전한 상식과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제도와 채널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이걸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일상적으로 밑으로부터 수렴될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것이죠. 총장이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안하면 패널티를 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경영 모델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대학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가능하면, 최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 구성원들의 합리적 판단 능력을 믿고, 지성을 믿고, 애교심을 믿고 구성원들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그렇게 해서 의사결정에 임하겠다는 자세죠.”

△ 향후 구상도 궁금한데요.
“4년 전 총장 취임 때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어요. 그 몇 배의 중압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 갖게 됐습니다. 재단 정상화는 대단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너무 어려운 숙제이지만 제가 완결 짓지 못한 것이 많이 안타까웠는데, 제가 이번에 재선에 나서 차기 총장으로 당선이 된 것은 그동안 견지해 왔던 재단 정상화 원칙과 철학에 입각해 마무리 지으라는 구성원의 염원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지난 4년 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구성원들이 이해를 해주고,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서 그 원칙과 철학, 기조를 유지해 달라는 명령으로 저는 해석하고 있고요. 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고소ㆍ고발도 당하고 구재단측 관계자로부터 온갖 참 견디기 힘든 여러 공격과 비난, 고소ㆍ고발도 당하고 지금 재판도 받고 있습니다만, 구성원들이 그런 온갖 험담과 비방에도 불구하고 저를 신뢰해 주신데 대해 구성원들의 판단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대단히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다시 출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적 원칙을 견지하면서 다가오는 2018년 생존위기를 극복해 내는 일까지 완결 짓고자 합니다. 대학경쟁력은 어느 정도 토대는 닦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본격적으로 다가 올 2018년 생존위기를 극복하는 과제가 새롭게 시작하는 4년 임기 동안 저에게 부여된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구대는 고맙게도 두 과제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토대는 갖췄다고 봅니다. 재단 정상화는 완결 짓지는 못했지만 구성원들이 추천한 이사를 이사장으로 모신 사례는 저희 대구대가 유일합니다. 대학경쟁력 제고도 4년 전에 비해서는 아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 두 과제를 다음 4년 임기 동안 완수하라, 제대로 완수하라는 구성원들의 염원이 저에게 온 것이고, 그것은 둘 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저도 그렇고,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해온 것처럼 힘을 모아서 하면 못해낼 과제도 아니라고 봅니다.”

(대구대는 지난해에 280억원의 국고사업을 유치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70억원의 국고지원사업을 유치했다. 올해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정부지원금 전국 1위(51억2천만원)를 기록했고,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 1차년도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현장밀착형 산학협력 분야 전국 최다 지원금(54억4천만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산학융합 연구마을’사업에도 전국 5개 대학 중 한 곳으로 선정돼 40억원을 지원받았다. 최근 수시모집 경쟁률도 8.81대1을 기록했다)

△ 대구대 하면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 떠오릅니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저는 기본적인 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이 행복한 대학’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한 일종의 뭐랄까, 고3 학생들과 학부모를 현혹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케팅 구호가 아닙니다. 진정한 대학경영의 철학에서부터 우러나온 선언입니다.

저도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 왔는데, 한국의 대학을 돌이켜 보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대학경영이 재단 중심, 총장 중심, 좀 더 내려가면 교수 위주로 움직이고 직원 위주, 행정 위주였죠. 학생은 늘 뒷전이었고요. 학생은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한국대학의 역사이고 현주소였습니다. 이건 안 된다는 겁니다. 정상적인 대학구조가 아니죠. 학생이 제대로 대접받고, 대학과 교수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직원은 물론이고 총장과 재단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프로그램이라든가 제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 이전에 교수와 직원이 철학으로 자기 것으로 갖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학생을 내 자식처럼, 조카처럼 내 친동생처럼 그 학생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알바자리 때문에 고민하는지, 애인한테 차여서, 아니면 미래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지 건강문제나 가정문제로 고민하는 지, 친동생처럼 관심을 갖고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강의실에서나 벤치에서나 어디서든 우리 학생을 사랑으로 돌보자 이런 철학이 없으면 교무처나 학생처에서 아무리 프로그램을 돌려도 겉돕니다. 그걸 운영하는 교수나 직원이 학생을 시원찮게 생각하면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수와 직원의 마인드와 철학을 학생중심, 학생을 대학경영의 중심에 놓고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발상의 전환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 정부의 지방대 육성정책도 발표됐는데요. 지방 사립대에 필요한 정책을 제언한다면.
“사립대와 국공립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 사이에 존재하는 불공정한 경쟁의 룰을 교육부가 조정하고 조율해 줘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지방대 육성 의지는 있다고 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거점대학 중심으로 지원이 가거나 구조조정의 가혹한 칼날이 지방 사립대에 가중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육부가 나서서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 같은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도권 사립대, 지방 국립대, 지방 사립대, 전문대학 등 각 그룹의 이해를 대표하는 대표와 교육부 공익 대표가 모여 학생정원 조정에 대한 대타협을 해보자는 것이죠. 예컨대 시장 환경에 맡겨도 학생정원을 한 명도 감축하지 않아도 살아남는 ‘스카이’대학이지만, 여기는 10% 학생정원을 감축하고, 아무리 구성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어려운 지방 사립대는 학생정원을 20% 줄이는 식으로 말입니다. 교육부가 공익과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시장의 논리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 대구대는 어떻게 발전하고 자리를 잡아야 할까요.
“학생들도 그런 얘기를 합니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에 대해 반신반의 했는데, 총장이 학교를 경영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그램을 보면서 진정성을 믿게 됐다고요. 총장이 진짜 학생을 생각하고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감하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고마워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게 됩니다. 대구대는 이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고, 이대로 쭉 가면 2018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재원과 문화적 토대는 됐다고 봐요.

이제 남아 있는 숙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학과의 경쟁력 제고와 또는 정원을 줄이거나 학과 폐지, 통합 등 내부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4년 동안 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내부 편제조정 원칙을 다 만들어 놨습니다. 제가 만든 게 아니고 단과대학에서 추천한 편제조정위원들이 몇 달 동안 난상 토론을 거쳐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총장이 보기에는 미흡하고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구성원이 합의한 것을 무시하고 총장이 억지로 끌고 가서 그 부작용으로 고생하느니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집단적 판단으로 내린 결론을 갖고 스스로 책임 있게 가면서 부작용 없이 추진하면 훨씬 더 의미 있고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입니다. 사전 작업은 다 끝났고요. 앞으로 이 작업만 정확하게 진행이 되면 대구대는 2018년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봅니다.

대구대와 같은 지방 사립대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국고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어요. 총장이 컨트롤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활용해 역량을 집결해 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도 있으며 도전해봄직한 목표가 국고수입을 늘리는 겁니다. 중요한 발전전략 중 하나입니다.”

△ 연임하면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재단 정상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나면, 대학총장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대학총장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사실, 지역사회에서 저에게 조금 색다르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했는데 이게 좀 아쉽습니다.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대학총장이 CEO가 아닌 지성인으로서 지성의 대표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쓴 소리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이게 아닙니다’ 할 수도 있고, ‘대구경북의 10년 뒤, 20년 뒤를 위해 이렇게 가야 합니다’ 라고 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갈수록 대학의 역할 중에 그런 역할은 줄어들거나 피폐해지고 있는데, 저 자신이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대학총장으로서 지역사회에 기능적인 기여 말고, 지역의 정신적인 지도자 혹은 지적인 지도자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시장과 도지사, 기업체 회장이 하지 못하는 대학총장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봐요. 그동안 아쉽게만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 지역에서나 이런 역할을 하는 총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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