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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대학위기를 극복하는 길
교육단상_ 대학위기를 극복하는 길
  • 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 승인 2013.09.2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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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

경기도 북부로 캠퍼스를 이전하려는 지방대학들이 늘고 있다. 충남 홍성의 청운대는 인천캠퍼스를, 광주의 서영대는 파주캠퍼스를 열었다. 강원 고성의 경동대(양주시), 충남 금산의 중부대(고양시), 전북 임실의 예원예술대(양주시), 대전의 을지대(의정부시)와 침례신학대(동두천)도 수도권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방대학들이 이처럼 경기북부로 이전하려는 까닭은 자명하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으로 지방대의 수도권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도권 이전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들 대학이 수도권으로 옮기면 학생 충원이 잘 돼 자기들의 생존에는 유리한 상황이 되겠지만, 다른 지방대학들에게는 오히려 불이익을 주게 되는 것 아닐까. 수도권 이전이 대학위기 극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 동안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향은 사실상 지방대를 고사시키는 쪽으로 진행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시장의 구조조정과 퇴출을 전제로 한 대학평가에서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 자체가 그렇다. 인구 밀도가 낮고 기업체들이 적은 지방의 경우 당연히 충원율과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취업률은 거시경제지표와 기업의 인력수급에 좌우되는 것이지 대학이 취업교육을 잘 시킨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취업률이 낮다면 정부가 경제정책, 성장정책, 고용률 등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심판받을 일이지 학교가 책임질 사항이 아닌 것이다.

이렇듯 지방대학에 불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대학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면 국가 균형발전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대학은 지역인재 양성의 터전이자 지역의 싱크탱크이며 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버팀목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대만 고사하게 된다면 향후 지역불균형 심화 등 더 큰 문제들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령인구의 감소와 진학률 저하로 인한 대학위기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수도권의 대학정원을, 학령인구의 감소와 진학률 저하에 맞춰 선행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인구 분포가 기형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대규모 사립대들이 정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해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고 진학 희망자의 지방분산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 다만 수도권 대학이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데에는 상당히 큰 인센티브를 주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구역량과 정예 인력을 키우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겠다.

나아가, 차제에 대학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학교육은 무엇인가. 교양인을 키워내는 것이다. 교양인은 모든 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고(something of everything), 무엇인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everything of something)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폭넓은 상식과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양인을 키워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젊은이에게 그의 가능성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보는 눈, 생각하는 법, 가치관을 길러줘야 한다. 가능성을 향한 희망을 일깨워주고 끊임없는 향상심을 자극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학평가는 어떤 등위의 학생을 받아들여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느냐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충원율이 아니라 향상 정도가 낮은 대학과 학과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야 한다. 물론 교수들의 연구와 봉사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 퇴출의 기준은 재단의 교육이념과 대학의 조직문화에 둬야 한다. 운영주체가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시설에 투자하고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사학에 대해선 냉엄한 철퇴를 내려야 ‘퇴출대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일률적인 잣대가 아니라, 지방대에만 불리한 잣대가 아니라, 형평에 맞고 교육의 기본에 투철한 잣대를 적용해야 대학위기 극복의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김민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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