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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과학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과학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창연 건국대 의생명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 승인 2013.06.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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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김창연 건국대 의생명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김창연 건국대 의생명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과학자, 그것은 대통령, 의사, 선생님 등과 함께 또래 친구들의 장래희망 단골메뉴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꽤나 맹목적으로 ‘과학자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장래희망 물음에 항상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시간이 흘러가며 맹목적이었던 나의 장래희망도 점점 구체화돼 갔고, 결국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왜 과학자가 되고 싶었을까. 아마도 제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를 알게 되시면 많은 분들이 비웃으실 텐데, 그 시절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의 박사님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그렇게 이상한 착각에 빠져 살았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과학자가 되겠다며 공부의 길로 접어든 어느 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당시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에 그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그 질문은 바로 “과학자가 되고 싶어 이 길을 왔는데, ‘진정한 과학자’란 뭐지?” “어떻게 하면 과학자라고 할 수 있나?” 라는 질문들이었다.

과학자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 설명돼 있더군요.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구체화하기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도대체 어떤 과학을 얼마나 전문적으로 연구해야 과학자라고 불릴 수 있을까? 아니, 스스로 ‘나는 과학자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한참동안이나 이런 고민들로 헤매던 저는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신 설명에 어느 정도 질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과학자란, 어떤 과학현상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다.” 물론 제가 처한 상황에 맞게 해 주신 설명이기에 저에게만 해당되는 정의일 수도 있고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으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제게는 굉장히 명쾌한 설명으로 다가왔고 ‘아! 내가 생각하던 과학자는 이런 것이었고,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과학자가 되려면 무엇을 가져야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바보는 결코 고민하지 않는다”(괴테). 역시 저는 바보는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또 다른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보면. 얼마 전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이왕 과학자가 되기로 결정했으면 누구보다 좋은 과학자가 돼야겠다! 결심은 좋은데, 문제는 ‘좋은 과학자’ 였다. 대체 좋은 과학자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어느 직업에도 ‘좋은’이란 말을 붙이면 참으로 정의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예컨대 ‘좋은 선생님이란?’, ‘좋은 의사란?’. ‘좋은 음악가란?’ 정의하기 어렵죠? 아마도 본인이 가지고 계신 직업에 ‘좋은’ 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과연 내가 ‘좋은 ㅇㅇ 인가?’라고 생각해 보신다면 한번쯤은 고개를 갸웃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추구하는 과학자란 직업에 ‘좋은’이라는 단어를 붙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좋은 과학자란 무엇일까요?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 거대한 국가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 연구 실적이 우수한 과학자?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과학자? 한참을 고민했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다. 다만, ‘좋은’ 이란 단어에 대한 정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정의를 내릴 수는 있었다. 좋은 과학자란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자신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진하는 과학자가 진정한 좋은 과학자가 아닐까라고 말이다. ‘좋은 과학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창연 건국대 의생명과학과 박사후 연구원
건국대에서 뇌신경과학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현재 파킨슨 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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