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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에서 70代까지 ‘철학하는 삶’의 고뇌를 주고받은 이유는?
20代에서 70代까지 ‘철학하는 삶’의 고뇌를 주고받은 이유는?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6.2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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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주제로 철학 탐색한 철학연구회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70대 엄정식 한양대 석좌교수(언어분석철학) 「다이몬과의 방황-소크라테스적 삶과 죽음」
일반적으로 70대는 수난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심한 격동기를 체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일제 식민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소년시절에 한국전쟁을 경험했으며 대부분 대학을 다니는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에서 각종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었다. 이 시기에 대부분 직접 전투에 참여함으로써 생사의 문제에 직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절박한 실존적인 문제로 부각된 것만은 분명하며, 어떤 형태로든 그 당시 넓은 의미의 실존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다만 우리에게 생사나 종교의 문제는 어떤 입장을 취하든 매우 절박했고 또 치열했다는 것을 증언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거나 종교단체에 속해있지 않다. 그러나 내가 무신론자라거나 비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자처하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나 자신만의 ‘신’과 항상 교감하고 있기 때문이며, 소크라테스나 비트겐슈타인, 혹은 니체나 하이데거처럼 그 어떤 성직자나 종교인보다도 영성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종교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종교에 귀의하기에는 너무도 ‘종교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60대 손동현 성균관대 명예교수(형이상학) 「70/80년대와 오늘 사이의 거리-보내지 못한 과거, 예비치 못한 미래」
산업화가 시동되던 60년대 중반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한 필자 또래의 철학도들은 군사정권의 독재적 통치에 대해 반감이 강했다. 학생들의 궐기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것인지 깊이 천착할 틈도 없이 군사 독재가 다시 국정을 장악하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근대국가의 건설’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철학적 탐구에 매진하겠다는 기백은 그리 강하지 못 했다. 오히려 개인의 실존적인 난관을 사유 공간에 속에서 정신적 고지를 점함으로써 이겨내 보려는 내향적 동기가 철학을 공부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다분히 향내적인 이론적 철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사회는 70/80년대의 숙제가 아직도 남아있다. 1) 한국인은 전근대와 근대와 탈현대가 공존하는 복합적 시대상을 소화해내느라 문화사적 복통을 앓고 있다. 2) 한국인은 동서 문명의 충돌이 빚어낸 가치관의 乖離 증상을 아직도 봉합-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3) 한국인은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민족 정체성 문제와 얽혀 특이한 독성을 품고 있는 남북문제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4) 한국인은 준비되지 않은 IT산업의 선두주자로 정보화-세계화로 인한 문명사적 전환을 당황스럽게, 그러나 불가피하게 서둘러 맞고 있다.

50대 김형철 연세대 교수(윤리학) 「민주화와 산업화, 성장과 분배.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는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민주화가 중요한가? 산업화가 중요한가? 어느 게 더 먼저인가? 대답은 “둘 다 중요하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묻고 싶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정말 난감한 질문이다. 그냥 둘 다 중요하다고 하고 넘어 갔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 안 된다. 왜? 양자가 충돌하게 되는 경우, 우리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 간의 우선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롤스가 말하는 직관주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민주화와 산업화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 문제는 오늘의 베이비부머 세대(55~63년생)인 50대가 살면서 계속 부딪친 문제이다. 50대 철학자들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의 문제이다. 민주화와 산업화에 동시에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선진사회 진입에 이미 성공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40대 양순자 전남대 교수(중국철학) 「F세대(Forgotten Generation)에서 B세대(Bridge Generation)로」
지금의 40대는 흔히 'F세대'로 일컬어진다. 'F'는 'Forgotten을 의미하는데, 50대인 '베이비부머 세대', 20대 '88만원 세대', 10대 '살인경쟁 세대'에 의해 한동안 정치, 사회적으로 ‘잊혀졌다’는 의미이다. 40대는 민주화의 끝자락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덧 대한민국의 허리가 되어버린 F세대. IMF를 겪었고, 선배들만큼 민주화투쟁을 하진 못했지만 민주화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죽어간 친구의 죽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또한 동시에 서태지의 음악에 열광하기도 한 세대이다. 죽어간 친구를 대신해 역사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은 부채의식에 시달린다. 하지만 일상과 개인의 중요함도 알고 있는 세대이다. F세대에게는 이런 복잡한 정서가 공존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잊혀진 세대가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를 이을 수 있는 가교 세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30대 정소이 인제대 연구교수(한국유가사상) 「경계선의 황홀한 기억들」
현재 30대에 가장 잘 들어맞는 세대는 X세대이다. 그들은 386세대의 공동체관을 공유하지 않고, 그 전 세대의 전통적 가치관 혹은 반공사상으로부터도 자유로웠으며, 어느 한 가지의 이데올로기로 수렴되기보다는 각 개인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그것으로부터 모든 관계를 출발하는 세대이다. 이 신세대는 기존 세대의 관점에서 너무나도 모호하고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X 세대'라고 불렸다. X세대의 특징으로 꼽는 개인화, 즐거움 추구, 자연스러움 추구 같은 면모는 ‘서서히 기회의 문이 닫히는’ 과도기의 사회를 그 배경으로 한다. 공동체의 목표가 사라지고, 삶의 목적 혹은 성공의 기준이 희미해지며,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30대의 개인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서, 낮과 밤의 경계선 위해서 이리저리 방황한다. 모호하고 애매한 경계를 지나는 30대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세계가 움직이는 참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고, 어떤 한 이데올로기로 정의 내리려하면 곧 모습을 바꾸는, 역동적인 X 세대로 남고 싶다.

20대 허다운 이화여대 4학년(철학과) 「동물화 하는 노동과 공동체의 위기」
요즘 젊은이들은 일에 대한 감각도 없고 소비에 대한 감각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스스로 저금을 할 정도로 사고 싶은 것이 없어서 부모님이 주는 용돈만으로 연명하고, 사고 싶은 것이 없어서 비싼 커피로 돈을 허비하면서 스몰 해피니스에 만족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 값비싼 재화를 사는 야망을 보이지 않는다. 권력, 사치재, 교류, 애정 등 타인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욕망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20대는 직업, 노동을 선택할 때 연봉, 안정적 생활을 최우선으로 선택할지라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줄여야 하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근래 노동을 포기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사회가 갈수록 타자를 구하지 않으며 소외시키기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있든 사회생활을 하든 마찬가지로 동물화가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홀로 동물적인 삶을 반복하느라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연대의 가능성도, 자유의 지평을 넓힐 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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