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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는 새로운 선택의 지혜 요구, 사회가 공감하는 최대공약점 찾겠다”
“다문화는 새로운 선택의 지혜 요구, 사회가 공감하는 최대공약점 찾겠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6.1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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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이찬욱 중앙대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장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우리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대세라고 한다면,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한국사회의 특수성 속에서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증가,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문화인문학’의 시작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한 이찬욱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장(국어국

이찬욱 단장은 2세가 대상이 아닌 한국으로 이주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학과, 이하 다문화사업단)의 말이다. 국내에 다문화라는 개념조차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2007년,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에 대해 추상성,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이 단장은 법이든 제도 개선이든 사회과학적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다문화인문학이라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연구재단 지원 중점연구소로 선정된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은 6년간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 천착해왔다. 1단계 3년 동안 다문화의 개념에 대한 연구를, 2단계 3년 동안 다문화 인문학의 구체적 이론 체계 수립을 했고, 오는 2014년부터는 다문화 교과서, 가이드, 소개서 등 다문화 인문학이 반영된 구체적 콘텐츠를 낼 계획에 있다.

다문화사업단은 현재까지 <다문화콘텐츠연구> 학술지 발간을 통해 국내 다문화 연구자들의 다문화 공론장을 열었고, 다문화 빛그림 동화, 구술생애사 등 다양한 다문화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또한 다문화 관련 시민강좌를 개설함으로써 시민 교육과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비판적 성찰 통한 선택적 수용

이런 성과물을 내기까지 오해도 많았다고 말하는 이 단장. 다문화사업단이 다문화 관련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무조건’적인 다문화 지지로 오해한 몇몇 이들은 학술대회장에서 ‘민족말살정책’ 운운하며 거친 언사를 퍼붓기도 했다. 이 단장은 그들에게 ‘비판적 성찰을 통한 선택적 수용’을 설명함으로써 다문화인문학의 가치와 필요성을 주지시킬 수 있었다. 미국과 독일에서 성공했던 다문화 정책이라고 해서 무작정 한국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적, 역사적 분포를 감안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최대공약점을 찾아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다문화 가정과 한국 가정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그들을 한국 가정의 본류로 진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단장은 “고액 과외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주면 2세들의 사회에 대한 반발심을 애초에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구체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2세가 대상이 아닌 어머니가 대상이어야 한다. 어머니를 한국화시킬 때, 자연히 자녀도 한국이 나의 국가라고 인식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문화연구단의 빛그림 동화구현 같은 프로그램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일궈낸 성과다. 그는 “어머니 나라의 아름다움 역시 하나의 문화인데, 그것을 소재로 현대화해서 한국 사회에 접목시킨 창작품을 만들 때 2세들이 스스로 납세, 국방의 의무도 하는 바람직한 다문화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과정이 각각 달랐다는 점도 확인됐다. 각국의 사정이 다르지만 대처방법에 대해 공동포럼을 구성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 단장. 그는 동아시아에서 다문화의 해결점을 모색할 이 공동포럼이 전 세계의 수많은 종족과 인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학계와 경쟁

그러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사업의 발걸음은 더디다. 최근 중국학계가 길림과 연변 관련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연구는 정부로부터 연간 50억씩 10년간 지원받고 있다. 다문화사업단이 연 2억이 조금 넘는 빠듯한 예산으로 6년간 진행한 연구 데이터베이스의 가치를 알아보고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있지만, 이 단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그간 쌓아올린 연구 성과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반다문화주의 목소리들을 설득하고 해외학계와 경쟁을 벌이는 이중고 속에 중앙대 다문화사업단의 하루가 짧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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