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8:00 (일)
‘배제적 논리’의 단일민족 신화 벗어난 연대 제안
‘배제적 논리’의 단일민족 신화 벗어난 연대 제안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6.18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대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 ‘다문화인문학의 정립’ 국제학술대회 개최

바야흐로 한국사회는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7년 한국연구재단 지원 중점연구소로 지원된 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다문화콘텐츠연구사업단(단장 이찬욱 국어국문학과, 이하 다문화사업단)은 지난 10일 중앙대에서 ‘다문화인문학의 정립’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 대한 6년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점검한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다문화인문학’에 대한 개념부터, 동아시아 국가들의 다문화 사회 진입 비교까지 폭넓은 주제들이 논의됐다.

중앙대에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다문화인문학에 대한 개념 논의부터 동아시아, 유럽의 다문화 사회 사례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오갔다.

「일본의 다문화공생사회」를 발표한 폴린 켄트 일본 류코쿠대 교수는 ‘단일민족사회’ 일본의 변화된 오늘날을 분석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총리가 일본사회를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하나의 언어’라고 한 발언을 통해 대부분의 일본인은 동일한 ‘일본적’ 문화배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온 조몬인, 야요이시대 이후 도래인(아시아대륙인)이 일본열도 재래집단과 다양한 비율로 피가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문화를 ‘잡종문화’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것 역시 한반도,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된 다양한 문화 덕분임을 상기시켰는데, 그런 일본 사회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다문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의 서로다른 경험

‘다문화’에 대한 용어의 차이도 존재했다. 국내에서는 다문화를 공존, 상생이란 용어와 결합하는데 반해 일본은 1993년부터 ‘多文化共生’ 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특이한 점인데,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에서 활동한 ‘볼런티어’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실 일본 지역에 뿌리내린 다문화공생은 볼런티어활동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 볼런티어들은 대지진 시, 외국인을 위한 재해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폴린 켄트 교수는 1990년 개정된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을 살펴봄으로써 남미, 동남아로부터 유입돼 산업인력으로 재편된 외국인들이 ‘다문화공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00만이 넘는 재일조선인을 ‘다문화공생’ 대상으로 보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다. 일본 국적을 획득한 자와 아닌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일본의 ‘다문화공생’은 국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운영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줬다.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사회에 대해 분석한 논문도 있었다. 종종헌 타이완국립대 교수 「국제결혼으로 영향 받은 타이완 사회의 세 가지 현상」발표에서 ‘타문화’와 ‘자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국제결혼을 다뤘다. 그는 국제결혼을 ‘타문화’의 직접적인 유입으로 보고, 1980년대 이후 국제결혼현상으로 인해 타이완 사회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복잡한 다문화적 충격을 받고 있음을 △다문화 공동체의 현황 △음식문화의 융합 △손자양육의 문제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살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한국보다 오래 받았던 타이완의 반일감정의 크기가 장개석에 대한 반감보다 더 적게 체감된다는 흥미로운 지적도 했다. 또한 그는 중국이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통해 분열주의를 물리치고 대중화를 이루려고 지원하는 이면에는 중국의 국가적, 정책적 목적이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찬욱 다문화사업단장은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와 접촉했을 때 의도는 각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다문화사회가 형성되면서 공존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문화의 환상에서 벗어나 다문화를 바라보자는 주장은 철학계에서도 제기됐다. 최성환 중앙대 교수(철학과)는 「다문화 담론과 다문화 생활세계의 변증법-새로운 다문화 공통감각 형성을 위한 시론」에서 전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글로컬한 균형감각이 요청되고 있는 21세기에 통속적 다문화 이해와, 인간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켜 결혼이주민, 노동이주민을 ‘배제적 논리’로 바라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단일문화의 환상 속에서 유럽중심주의, 백인우월주의 사고방식을 답습하는 것은‘타자로서의 과거’, 즉 우리의 자화상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배제의 근거’가 아닌‘연대의 토대’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교수는 시혜적 관용이 나닌 호혜적 관계를 성립하기 위해서 균형감각에 기초해 다문화를 성찰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성찰적 태도와 시민적 실천이 기초할 때 다문화사회 공동체에서 여러 문화 주체들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성급한 다문화주의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함양하고 확산시키는 시민교육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 스페인 다음으로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인 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논문도 있었다. 김휘택 중앙대 다문화연구단 연구교수(텍스트언어)는「프랑스 국가정체성, 실체와 환상」에서 무종교 원칙을 표방한 프랑스가 무슬림들과 빚어온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국가정체성과 이민자들이 고수하는 문화정체성의 마찰이 사회적 갈등과 폭력으로 나타났음을 밝히고 있다. 김 연구교수는 우선 프랑스의 국가정체성에 큰 기틀을 형성했던 1789년 프랑스대혁명으로 소급해 올라가 부르주아와 노동계층의 계급대립을 지적한다. 그는 2007년 프랑스 대선으로 회귀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선택적 이민’에 주목한다.

혼종사회 프랑스의 교훈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의 국가정체성을 위협하는 첫 번째가 좌파 정치인, 두 번째가 이민자라고 규정했다. 그는 프랑스에 통합되지 않는 이민자와 불법이민자는 강하게 처벌할 것을 여러 번 연설을 통해 밝혔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헌정사상 161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그는 ‘부르카’는 ‘종교의 문제가 아닌 여성의 존엄성의 문제’라는 연설을 함으로써 사실상 무슬림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 연구교수는 사르코지의 이런 발언이 직접 무슬림 비판에 사용됐고,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는 입장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며 다문화주의 논의야말로 현대 프랑스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이며, 프랑스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앙대 다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다문화사회를 먼저 겪은 유럽의 사례부터, 각각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사례, 다문화인문학의 개념까지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발표됐다. 다문화연구소가 3단계 사업단계에서 주력할 다문화인문학의 구체적 콘텐츠 개발에 학계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