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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무지해서는 세계사회학 힘들어… 개인화·복지국가 논의도 풍성
역사에 무지해서는 세계사회학 힘들어… 개인화·복지국가 논의도 풍성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06.10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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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현실과 미래 성찰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난상토론

의공학적으로 관리될 신체, 선진국에서 보이는 건강과 생명의 불평등, 탈산업사회 새로운 노동 주체 장애인, 세계시민주의로 오인받는 다문화주의…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문제와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학, 경제학을 비롯해 사회학계에서도 이렇다 할 분석 툴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모였던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국제학술대회는 지난 1, 2일 설악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겨 그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세계적 석학들과 국내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으로 사회학의 ‘내일’을 논의한 이번 ‘난상토론’에서 오간 주요 대화를 정리했다.

 

Session 1. 이론적·역사적 문제들

브라이언 터너 교수 사회학자들은 역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다. 허친스 같은 역사학자들이 세계역사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슬람에 대한 시기별 연구, 지중해 문화의 기원이 아시아라는 점과 기독교가 다소 최근의 종교라는 점 등에서 동양과 서양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사회학자들은 근대성, 종교에 대한 단순한 시각을 문제시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개인화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홉스, 로크에서 비롯된 자립적 의미의 주권적 개인, 삶을 예술작품으로 다루는 니체의 영웅적 개인 등 여러 이론이 있다. 개인화의 한계, 전통적 이론으로의 회귀, 동성결혼도 개인화의 과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라즈니 팔리왈리 교수 개인은 관계속의 인간이다. 다양한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미혼모 등의 경우 관계성은 의존이란 방식으로 구성된다. 개인화의 다른 측면은 이것이 근대의 서브프로세스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는 개인화를 이용해 근대화에 대해 어떻게 보다 적절하게 논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외란 테르보른 교수 수사학적 장치가 사회학에서 너무 남발됨으로써 사회학은 점차로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학자들이 역사에 무지한 것이 문제이다. 역사를 현재와 대비되는 것(전통, 집합주의, 배태된/탈배태된) 것에 대한 배경으로만 안다. 진지한 학자들이라면 몇몇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개념을 피해야 한다.

윤시앙옌 교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어떤 배경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복지국가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시스템이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개인은 복지국가에서 주권적 삶을 상실하고 있는데 이는 서유럽적 상황이 아니며 나는 더욱 많은 층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여성은 사회적으로 낮은 층에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층으로 이동하지 않고서는 개인화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외란 테르보른 교수 북대서양에서 아시아로 헤게모니가 이동하는 지금, 아시아가 지배하는 근대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세계를 구원해야 하는 선교사적 콤플렉스는 아시아에서는 다소 부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가 지배하는 세계는 보다 덜 헤게모니적이고 덜 교만해질 것이다. 반면 근대 초기만 해도 東道西器였지만, 지속적 축적과 경제적 성장을 통해 소비 중심적인 근대성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한다.

라즈니 팔리왈라 교수 개인화는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역사에 대해 더욱 장기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벡, 기든스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고 미뇰로, 뒤셀의 작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사회과정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오치아이 에미코 교수  아시아는 1차근대 사회로 이동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모든 곳에서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는 유럽과 아메리카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면서도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발생하고 있다.

Session 2. 이론적·방법론적 문제들

라즈니 팔리왈라 교수 인도에서는 인도와 서구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사회학자에게는 마크로, 마이크로가 모두 필요하다. 역사학자, 경제학자 등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도 있다.

브라이언 터너 교수 지구화라는 마크로 과정을 연구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어떤가. 결혼, 이혼 등은 종교보다 쉬울 것이다. 이런 과정과 관련해 법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또 유로-아메리카 중심주의에 대한 반대는 아니더라도 세계사회학을 향해 작업해야 한다. 전세계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대학원들의 전형적 문제인 서베이 데이터는 각국간 비교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의 기관들, 사회적 실천들과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다차원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주윤정 박사후연구원 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뒤르켐이 지적했듯이 법은 사회변화의 중요한 지표이다. 또한 비서구사회에서 법은 근대화와 개인화의 중요한 장치였다. 법적 개인, 가족에 대한 법적 규정, 사회권의 확산과정 등에 대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장경섭 교수 20세기 사회학이 방기해온 문제들, 삶과 인류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사회학자는 일상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정치적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회학을 넘는 훈련도 필요하다.

Session 3. 철학적·정치적 문제들

외란 테르보른 교수 21세기의 정치는 20세기의 정치와 명확히 다르다. 삶의 정치가 21세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인가와 이런 정치가 복지국가를 강화시키고 있는가를 사회전환과 관련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시아의 부상과 서유럽의 쇠퇴인가. 북아메리카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인가. 사회적 힘, 사회적 관계·권력의 전환이 존재했는가. 현재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복지국가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의 맥락에서 전혀 다른 인구적 환경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복지국가 팽창의 전혀 다른 요소들을 체계화해야 한다.

브라이언 터너 교수 또 하나의 문제는 전쟁이다. 새로운 방식의 전쟁이 등장하고 있다. 전쟁의 본질이 이 세기의 경험을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 20세기의 전쟁은 군인 희생자와 총력전 이후 민간인 희생자로 확대됐다. 21세기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희생자는 누가 될 것인가?

윤시앙옌 교수 중국의 부상은 사실이다. 물질주의가 지배적인 중국은 다른 세계가 포용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다.

장경섭 교수 20세기에 삶의 정치가 작동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정치경제학을 생각해야 한다. 삶의 정치, 경제는 정치의 궁극적 측면들을 연결시킨다. 또한 삶정치의 후기 산업화 사회적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는 후기 산업화 단계에 살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직업이 생성되고 있지 않다. 큰 회사들은 민족국가적 단위가 아니다. 고령 노인들의 증가. 이는 정치적 측면 뿐 아니라 인식론적 측면도 있다. 사회학의 역할이 분명 있다.

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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