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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평등 사상 모색 … 담헌은 北學派 아니다”
“사회평등 사상 모색 … 담헌은 北學派 아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3.03.18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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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병 서울대 교수, 홍대용 연구 ‘통설’ 도전

 

18세기의 사상가 湛軒 洪大容(1731~1784)은 그가 주장한 ‘地轉設’로 과학사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온 인물이다. 그러나 담헌 사상의 핵심 축은 자연과학보다는 ‘사회사상’에 있으며, 기존 ‘북학파 일원’으로 간주하던 시각도 제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희병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과·사진)는 최근 상재한 『범애와 평등-홍대용의 사회사상』(돌베개 刊)에서 담헌이 유가를 넘어 묵가를 자기 사상 속으로 수용해 ‘범애’와 ‘평등’을 원리적으로 모색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사상적 지향점을 엿볼 때 기존의 ‘북학파’로 묶어낼 수 없는 ‘유니크’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담헌 사회사상의 골격을 이루는 이 두 핵심 개념 ‘汎愛’와 ‘平等’은 조선 성리학이 이단시했던 묵자의 ‘兼愛’ 즉 차별 없는 사랑, 곧 平等愛를 확장한 것이다. “담헌은 묵가의 이 겸애를 묵가 본래의 그것과 달리 사회철학에 한정시키지 않고 자연철학적으로 확장시킴으로써 거기에 생태주의적 및 우주론적 맥락을 보태고 있다.” 박 교수는 이 개념화 작업이 담헌 사상 형성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사유의 전모는 이 단계에서 저술한 담헌의 『임하경륜』과 『의산문답』에 농축돼 있다고 보았다. 홍대용은 박지원, 박제가와 더불어 종래 ‘북학파’의 領袖, 선도자로 이해돼 왔다. 박 교수 스스로도 그런 立論을 갖고 있었던 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이번 책에서 기존의 자기 학설을 포함, 통설에 도전해 담헌을 ‘북학파’로부터 분리해냄으로써 논쟁을 예고했다.

담헌 사상을 洛論(人物性同論)의 지평에서 이해했던 통설과 달리 박 교수는 “담헌 사상은 사상 주체의 내적 조건과 외적 계기의 변증법적 교호작용 위에서 전개된 측면이 강하고, 사상 주체의 대응 양상 내지 苦鬪의 양상을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함으로써 홍대용에게 새로운 사상의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홍대용은 박지원, 박제가 등의 북학론자와 어떤 점에서 구별될까.

‘당시 동아시아 사상계의 지형 속에서 담헌의 독특한 사상적 성취’를 파악하고자 했던 박 교수는 △華夷論(박지원이나 박제가는 중화주의 내지 중화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담헌은 화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문명과 물질적 가치를 보는 관점(학론자가 공리적으로 문명과 세계를 전망하고 있다면, 담헌은 좀더 ‘원리적’으로, 그리고 좀더 생태주의적으로 문명과 세계를 전망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사상의 지향성(묵자의 평등과 겸애의 사상을 公觀倂受해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세계관과 사회적 원리를 이념적으로 창조해냈다.) 등 세 가지 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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